삼성서울병원이 일부폐쇄 결정에 들어간 후 4차 감염이 시작된 가운데 메르스 3차유행을 우려하는목소리가 높다.
[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메르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종횡무진 확산되고 있다. 20일 첫 발생자 이후 절대 3차감염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3차 감염자에 이어 4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격리자는 5천명을 넘어 이제 6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15일 현재 감염자도 5명이 늘어 총 150명이 됐다. 사망자는 16명으로 늘었다.
메르스가 불과 20일만에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단순히 마스크 공화국과 환자수가 증가했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메르스 여파로 국내 관광을 취소한 해외관광객은 10일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7월에 있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메르스 이전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소매유통과 문화 및 여가생활 등 내수소비가 전체적으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대한 외출을 꺼리면서 놀이공원을 비롯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비 각각 16.5%, 3.4% 감소했고, 영화관, 놀이공원, 프로야구,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입장객이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서울병원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대한민국 국격이 덩달아 추락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홍콩에 이어 중국, 일본, 러시아, UAE, 필리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정부 등 수많은 나라들이 한국여행 자제를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삼성병원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 역시 메르스 최대 진원지로 글로벌병원의 위상이 통째 흔들리면서 대외 인지도에 심각한 훼손이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14일 병원 일부폐쇄를 결정한 삼성서울병원이 만약 메르스 3차유행지가 된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변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 의사회의 최주현 홍보이사겸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문제점은 보건 당국이 확진자 중심의 리스트업으로 누락된 의심리스트가 많고 그로인해 대상자들의 동선파악도 힘들다는 점이다. 초기 접촉자 조치도 미흡했지만 병원내 감염만으로 대응해서 실제 지역사회 내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부분을 놓쳐서도 안된다"면서 "3차 유행이 시작되면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메르스 의심자를 격리조치하고 지자체와 공조체제를 갖춰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또 "최일선에서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기관종사자들에게 보호장구 지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 이는 총없이 전투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137번 환자 역시 보호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감염자가 더 많이 발생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메르스 보호장구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상 예산부족으로 지급이 원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지급된 것조차도 개인별 치수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의 일방통행은 보호장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15일 신규 메르스 환자 5명 중 3명이 4차 감염자로 확인됐다. 첫 4차 감염 사례가 나온 지 사흘 만에 5명이 된 셈이다. 3차 감염자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은 4차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역사회로의 전파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감염 '차수'보다는 '장소'가 더 중요하며, 아직까지는 병원 내(內) 감염이어서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과연 정부의 주장대로 통제가 가능한 것일까?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으로 봐선 어려울 듯 하다. 실제 부산 거주자 143번(31) 환자의 경우 5월25~28일 대전 대청병원에 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16번(40)번 환자가 접촉한 3차 감염자이나,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에 빠져있는 동안 4개 병원을 옮겨다닌 것으로 파악돼 4차 감염 발생 우려가 상당하다. 당국 역시 143번 환자에 노출된 접촉자 수가 수 백명에 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4차 감염자는 기존의 '슈퍼 전파자'로 분류되고 있는 3명, 즉 1번(68), 14번(35), 16번(40) 환자와의 노출 없이 추가로 감염된 것을 의미한다.
4차 감염자에 의해 5, 6차 감염자가 나올 수 있어 방역 대상과 범위가 훨씬 넓어지게 된다. 이는 지역사회 내 전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만약 이대로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되면 지역공동체는 붕괴될 위험이 크다. 국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고립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개인간 불신도 증폭되기 쉽다.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의 공동체 붕괴도 가속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병원 내 감염의 연장선에 있어 시급히 격리 대상자를 찾아낸다면 통제가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는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4차 감염'보다는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이 되느냐는 부분으로, 아직까지는 관리대상 범위 내에서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다 자택 또는 병원 격리를 통해 추가 확산을 최대한 봉쇄·통제를 하고 있다"면서 "이 선에서 지역사회로 전파되지않게끔 최대한 관리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에서는 보건당국과 다른 입장이다. 15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이같은 대응책이 전부 "실패"로 결론내리면서 "메르스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전면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지역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과잉대응조치가 필요하고 지방의료원 21곳 실태조사, 취약한 공공의료 강화대책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노조는 지금이라도 '메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회적 인프라를 총동원하라고 강하게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