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成금고지기' 플리바게닝 적용 '수사전환 기여' 관건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성완종 금품수수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관련자에 대한 플리바게닝 적용 여부를 두고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형량을 협상하는 플리바게닝은 난국에 빠진 수사의 속도를 높여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별건수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치명적 단점도 거론된다.
15일 검찰을 중심으로 조력자 역할을 한 한모(50)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만큼 선처가 적용되지 않겠냐는 얘기다.
한씨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의 자원외교 관련 경남기업의 비리 수사가 정치권 실세들이 연관된 '성완종 리스트'로 확대된 후 난항을 겪을 때 검찰 수사에 큰 역할을 했다.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박준호(49) 전 상무와 이용기(43) 전 비서실장이 증거를 인멸·은닉하는데 초점을 둔 반면 한씨의 경우 검찰 수사에 도움이 되는 실마리를 숨기지 않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씨는 정치권에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전도금 32억원의 인출액과 시기 등의 정보를 검찰에 제공하며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한 씨는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건네진 1억원 의혹과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 관계자 김모씨에게 전달된 2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모두 개입해 있다.
비자금 실체를 증언해줄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한씨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관련 의혹에 연관돼 있는 한씨가 처벌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밝힌 것도 모종의 협상 때문이 아니었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리스트 수사의 핵심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자택에 거주하며 불구속 수사를 받아온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특별 수사팀은 특수1부와 협의해 한씨에 대한 처벌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서 플리바게닝은 법적 근거가 없다. 검찰 수사 과정 중 한씨의 협조를 인정해줄 법적 제도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넓은 의미에서 검찰의 재량을 인정하는 용도로 쓰여왔다.
2011년 법무부와 검찰 등이 가담자가 사건해결이나 공법 검거에 기여하면 형을 감경해주는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를 의결했지만 유보된 상태다. 검찰 권력은 증대시키는 반면 별건수사로 피해자를 압박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기자회견에서 별건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플리바게닝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준다.
노영희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는 "플리바게닝이 공식화돼 있지 않고 한 부사장의 정보력으로 수사가 전환되는 등의 기여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처벌 수위가 약하더라도 그것이 플리바게닝을 적용해서 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연미란 기자/actor@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