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수백명 접촉한 확진자 출현...'네번째 슈퍼 전파자'되나
[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복지부의 통제망에서 벗어나 많게는 수백 명과 접촉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새로운 '슈퍼 전파자' 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슈퍼 전파자 후보 환자가 격리된 시점부터 최대 잠복기인 2주가 되는 26일 전후가 메르스 사태 진정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인 1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36명을 감염시켰다. 첫 슈퍼 전파자의 등장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약하다는 방역 당국의 가설을 무너뜨리며 대규모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14번 환자는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72명, 평택굿모닝병원에서 3명을 감염시켜 가장 많은 환자를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가 됐다. 3차 전파의 전염력은 2차 전파보다 약할 것이란 또 하나의 가설이 무너진 것이다. 이와 함께 대전 대청병원에서 13명, 건양대병원에서 10명을 각각 감염시킨 16번 환자까지 더하면 이들 3명의 슈퍼 전파자가 감염시킨 환자는 전체 환자의 90%가 넘는다.
이어 4차 감염을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슈퍼 전파자 후보는 삼성서울병원과 방역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롭게 수백에서 많게는 불특정 다수와 접촉한 이들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실 이송요원으로 활동한 137번 환자는 지난 2일 최초 증상이 발현된 후에도 9일간 근무하며 456명과 접촉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환자는 격리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에서 응급실, 검사실, 외래진료실, 병실 등을 광범위하게 돌아다녔으며, 지난 5일에는 보라매병원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한 의사인 138번 환자 역시 증상이 발현한 10일까지 격리되지 않은 채 평소같이 근무를 하며 병원 내 여러 곳을 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후 당국 통제 밖에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수백 명의 격리 대상자를 발생시킨 90번, 115번, 98번 등도 슈퍼 전파자 후보다.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 근무 중 감염된 IT업체 직원 143번 환자도 부산에 돌아와 70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지난 2일 첫 발열 증상을 보인 후 전날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지역병원 4곳을 5차례에 걸쳐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143번째 환자가 거쳐 간 부산 좋은강안병원을 코호트 격리(병원 통째로 격리)하는 한편,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의 도움을 받아 이 환자가 다녀간 병원과 식당 등 다녀간 건물의 CCTV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메르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메르스 의심자가 무단 귀가해 지역감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확진 판정을 받은 141번 환자는 확진 판정 전날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강남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병원의 진료 과정에 불만을 표하며 음압격리실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기다리라는 의료진의 당부를 거부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는 병원 자체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와 다음날 서울의료원에 입원해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밖에 119번과 126번 환자도 감염경로가 불명확하지만 슈퍼전파자 후보에 든다. 상태가 불안정한 119번 환자(35)의 감염경로는 15일 현재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이 환자는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19번 환자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조치 후 실시된 지난 3일 2차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퇴원한 이 환자는 6월4일 오전 9시20분∼10시15분 '서울∼평택 누리로 1727호 제3호 객차'를 타고 아산으로 내려갔다. 그는 퇴원 후 증상이 계속되자 아산 충무병원에 재입원했고, 9일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메르스 판정이 번복되는 바람에 119번 환자는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다수의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당국은 '잠정'적으로 119번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 환자(54·여)에게서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택박애병원의 폐쇄회로(CC)TV 기록을 보면 119번 환자가 다녀가고 난 뒤 17분 후에 52번 환자가 도착해 두 환자의 접촉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병원과 병원 간에 119번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 운전기사 등의 감염도 확인돼 병원 밖 감염의 가능성에 대해 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메르스 감염환자로 추가된 전문 간병인 126번 환자(70·여)도 감염경로가 뚜렷하지 않아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126번 환자가 지난달 27일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해당 병원에서 간병일을 했다고 밝혔지만 병원 측은 "간병인업체를 통해 확인한 결과 126번 환자는 해당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26번 환자는 9층 병동에서 일했고 14번 환자는 8층 병동에 머물렀기 때문에 접촉 가능성이 작아 자가격리 대상자로 포함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병원 밖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고,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