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 쇼핑거리에서 고양이 탈을 쓰고 호객행위를 하던 한 상인이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다. 이 일대 상인들은 메르스 사태이후 유커를 비롯한 쇼핑객이 절반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메트로신문 김수정·김성현기자] "에휴…. 요즘 같으면 그냥 집에서 쉬는 게 돈 버는 것 같아요. 나와 봤자 기름 값만 나가지…."
16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으로 향하는 택시 안. 기사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손님이 절반 가량 줄었다고 한다. "외국인 손님이 많을 땐 인천공항 한번 씩 다녀오면 그게 기사들에게 큰 수익이었어요. 지금은 메르스 때문에 공항 갈 일도 없네요."
명동 쇼핑가에 도착하자 한산한 거리가 기자를 반긴다. 평소 여기저기서 들리던 중국어·일본어 호객 소리는 사라졌다. 거리를 가득 메웠던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도 찾아 보기 힘들다.
동물 캐릭터 복장을 하고 호객 행위를 하던 한 상인은 지쳤는지 길 가운데 털석 주저 앉아 있다. 한 화장품 가게 상인은 한숨부터 쉬었다. "이 정도로 장사가 안 된 적이 있나 싶어요. 여기 땅값이 얼만데…. 메르스 때문에 임대료도 못 뽑게 생겼어요."
메르스 사태 초기만 해도 별 타격이 없었던 면세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은 기자가 혼자 면세점을 다니기 민망할 정도로 적막했다. 롯데백화점 면세점 매장 직원은 "가장 무서운 것은 메르스 사태가 끝난 후에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전염병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한류고 뭐고 다 소용없다.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 서울에 위치한 매장들은 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위생관리를 일괄적으로 할 수 없는 재래시장이 받는 타격은 더 심각하다. 남대문시장은 그야말로 텅텅 비어버렸다. 한 상인은 "30년 장사하는 동안 이렇게 사람 없던 적이 없었다"며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동안 정부는 뭘 한거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같은 날 정오께 서울 을지로 일대 식당가. 평일 점심 때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붐비던 한 유명 식당은 피크타임인 데도 자리는 남아 돌았다. 근처 또 다른 지하 식당가의 유명 한식당은 단체 손님 예약이 취소돼 애를 먹고 있었다. 식당 직원은 "한식이 주 메뉴라서 노인분들이 많이 오는데 메르스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시는 것 같다"며 "단체 손님 예약이 많이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 커피숍 역시 예전에는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이날은 3∼4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8∼14일 560개 외식업체를 조사한 결과, 2주 전과 비교해 평균 매출액이 38.5% 감소했다.
메르스 사태가 한달 가까이 지속되며 경제 전반에 심각한 멍이 들고 있다.
여행·관광업종은 물론 유통·외식업종, 공연·극장가 등 문화산업, 신용카드사 등 금융업, 농축산업 등 경제산업 전반으로 메르스 피해가 스며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국여행 예약을 취소한 관광객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예비 예약자까지 포함한다면 손실을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방문객도 30% 가량 급감했다.
백화점·대형마트의 매출은 6월 둘째주까지 약 5~8%가 줄었다.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놀이공원도 방문객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농촌체험마을의 이달 둘째주 예약 취소율도 90%가 넘는다.
외출 자제로 신용카드 사용 금액도 크게 줄었다. 이달 첫째 주말 6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승인금액은 전주에 비해 평균 14% 이상 떨어졌다. 메르스 사태가 조금만 더 길어지면 여름 휴가철 대목 경기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8월 말까지 갈 경우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