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갑 착용 조사' 논란…뻥 뚫린 인권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검찰이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된 구속자 3명에 대해 수갑을 채워 조사를 진행하다 변호사의 항의를 받은 것. 변호사를 대동한 A씨는 수갑을 풀었지만 B씨와 C씨는 조사 내내 수갑을 착용한 채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변호인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헌법재판소가 무분별한 계구 사용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검경이 이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면서 불필요한 장구 착용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에서 전 통합진보당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수갑을 찬 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변호인이 이에 항의하다 강제 퇴실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즉각 "피의자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변론권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항의문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수원지검은 "인정신문을 끝내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반박, 검찰과 변호사단체 간의 충돌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구 착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10월에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당시 59세) 교수가 2주간 포승줄과 수갑을 찬 채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무죄추정원칙과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헌재는 2005년 계구 사용을 허용한 '계호근무준칙 298조'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송 교수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인권 침해를 인정받아 100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8년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37)가 수갑을 찬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는 "포승줄과 수갑을 풀어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계구 사용은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은 지난해 절도 혐의를 받는 지적장애 청소년에 수갑을 채우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욕설·폭행 등 강압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확대되자 해당 경찰관들은 합의금을 주고 무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접수된 검찰 진정 2204건 중 '불리한 진술 강요·편파 부당수사'는 770건에 달한다. 경찰 관련 진정도 1만2649건 중 '폭행·가혹행위·과도한 장구 사용'이 3523건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영진(법무법인 인화)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등 중형 사건에서 검찰의 무분별한 계구 사용이 보인다"면서 "도주우려나 자해 등의 위험이 없는 인물에게까지 수갑을 착용하는 행위는 인권침해 등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