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이홍원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제주 관광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메르스 청정지역' 제주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는 지난 17일 오후 11시 30분에 중앙대책본부로부터 141번 환자가 지난 5∼8일 자신의 부인과 아들, 다른 가족 등 일행 11명과 함께 제주관광을 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이 환자 일행은 지난 5일 낮 12시 15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1223편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제주에 도착했다.
승합 렌터카 1대를 빌린 일행은 오후 5시쯤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 내 신라호텔에 도착했고, 오후 6시쯤 호텔 앞 오성토속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은 호텔 뷔페에서, 점심은 호텔 수영장의 식당에서, 저녁은 제주시 해안도로의 삼다도횟집에서 각각 식사했다.
여행 3일째인 지난 7일에는 오전 11시에 호텔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서귀포시 남원읍 코코몽에코파크를 방문했다. 이어 오후 3시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제주승마장에 갔다. 일행은 오후 5시쯤 호텔에 돌아와 다시 오성토속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으나 141번 환자는 이 자리에 불참했다.
이 환자는 신라호텔에서는 뷔페와 수영장, 식당 외에 다른 시설은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 일행은 지난 8일 오전 호텔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오후 4시 30분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1238편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귀경했다.
이날 중앙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 9일 직장에서 퇴근하고 나서 오후 4시쯤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였다. 이후 지난 11일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다음날인 지난 12일 강남구 보건소에 연락해 1차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국립보건연구원에서 2차 검사 결과 지난 13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던 중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소란을 부렸으며, 검사 결과도 기다리지 못하고 걸쇠를 부수고 진료소를 벗어나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기도 했다.
또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부친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 정기검진을 받을 당시 동행했다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본부는 양성 판정 이후 5일이나 늦은 지난 17일에야 141번 환자가 감염 의심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제주도 여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대책본부는 예방 조치로 이 환자가 이용한 항공기와 호텔 등에서 밀접접촉자를 찾아 격리관리를 하고 있다.
이 환자와 2m 이내 거리에 있던 밀접접촉자는 신라호텔 직원 34명과 렌터카 업체 직원 1명 등 35명으로 파악됐으며 이들은 자가 격리됐다.
대책본부는 격리자 1인당 공무원 3명씩을 배치해 3교대로 상태를 살피고 있다. 또 다른 접촉자 64명은 모니터링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앙대책본부 역학조사반과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는 이날 이 환자가 이용했던 신라호텔 등 방문지와 렌터카에 대한 방역을 마무리하고, 호텔과 식당 등의 폐쇄회로(CCTV) 자료와 렌터카의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41번 환자와 함께 여행을 했던 나머지 11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찰했지만 지난 13일이 지난 현재까지 어떤 증상도 없다"며 "최대 잠복기인 22일이 아직 4일 정도 남아있지만 추가 감염 가능성이 크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신라호텔과 당시 이용했던 항공편을 중심으로 밀접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격리 조치했다"며 "나머지 접촉 가능성이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특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신라호텔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영업을 중단하고 투숙객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제주국제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월 3회 계획했던 특별방역을 월 8회로 늘리고 보안검색장 주변에 스팀 소독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