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제2고로 화입(火入)식에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화입을 하고 있다. / 현대제철 제공
[메트로신문 양소리 기자]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꿈이 녹아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 사업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성장을 뛰어넘는 일이다. 세계 최고급 철강제품 생산을 통해 자동차·조선·기계 등 수요산업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중대사업이다."
정 회장이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에서 꺼낸 말이다. 2006년 정 회장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그 쇳물로 자동차용 강판까지 생산하기 위해 일관제철소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 회장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5년이다. 취임 후 신년사에서 그는 제철소 사업의 의지를 보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8년 인천제철을 현대그룹에 편입하며 종합제철소 설립을 선언한 지 20년만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그는 취임과 동시에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그룹 차원의 역량이 집중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에도 제철사업은 확장을 이어갔다. 2000년 강원산업과 삼미특수강을 차례로 인수했다. 생산능력은 800만t에 육박했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 회장은 철강분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냈다.
2004년엔 충남 당진의 한보철강을 인수했다. 한보철강 인수는 '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마침표'였다. 그 곳에서 열연강판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인수 7개월만의 일이었다. 정 회장의 제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06년 제철 사업분야를 '현대제철'로 명명하고 일관제철소 기공식을 거행했다.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프로젝트가 시작된 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이 2013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현대하이스코 당진 제2냉연공장 등을 방문해 초고장력 강판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거의 매주 헬기를 타고 충남 당진의 제철소 건설현장으로 날아갔다. 제철소 건설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토요일 임원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제철소 현장을 둘러보고 싶다"며 당진을 찾기도 했다. 당진 건설 현장에 들어간 투자금은 6조원이 넘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2013년 9월, 당진제철소의 제3고로 건설이 완료됐다. 국내 최초로 민간 자본에 의한 일관제철소였다. 정 회장은 연간 생산량 1200만t 규모의 고로3기를 갖춘 제철소를 쥐게 됐다. 총 투자비용은 11조원이었다.
현대차에 활용되는 자동차 강판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2013년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분할 합병했다.
"자동차 경쟁력은 강판에 달려 있다" 정 회장이 늘 강조해온 바였다. 자동차 강판을 만들 수 있는 열연 강판을 당진에서 직접 생산하면서 자동차 사업의 '수직 계열화'가 완성됐다. 현재 당진제철소에서 만든 열연 강판 600만t 중 70% 상당에 달하는 420만t 가량이 자동차 내외장재다.
7월 1일,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의 합병이 완료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해외 생산 물량이 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강판 조달이 더욱 원활해질 예정이다. 당진제철소는 연간 50만t을 생산 할 수 있는 설비를 추가 건설 계획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늘어나는 자동차 강판 수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