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류승범(34)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나의 절친 악당들'(감독 임상수)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에게서 예전과 같은 강박이나 부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언가 결정해서 사는 삶이 아닌, 주어진 것을 통해 배워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말에는 세상에 대한 달라진 태도가 담겨 있었다.
류승범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베를린'을 마친 뒤부터였다. 독일 베를린에서의 영화 촬영을 마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잠시 머물렀던 그는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프랑스 파리로 갔다. 그곳에서의 삶은 "완벽히 다른 삶"이었다. 언제 연기를 다시 시작할지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가진 것이 없는 자는 내려놓을 것도 없다'는 말에 "나는 내려놓을 것이 없으니 편안하게 지내자"는 생각도 갖게 됐다. 그렇게 물 흘러가듯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의 절친 악당들'의 주인공 지누와 만났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는 우연히 검은 돈가방을 얻게 된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류승범이 연기한 지누는 "취직해서 월급쟁이가 돼 '따까리'로 사는 건 X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발칙한 청년이다. 첫 등장부터 유쾌한 몸짓으로 전해지는 편안함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류승범은 정작 지누를 연기하면서 힘이 많이 들었다. 늘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였지만 지누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최대한 눌러야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쉬고 있는데 감독님이 쓱 오셔서 힘들지 않으냐고 말을 걸었어요. '뛰어야 하는 말을 묶어 놨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럼에도 류승범은 지누라는 캐릭터를 믿으면서 온전히 그 인물로 살아가고자 노력했다. 지누를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 첫 눈에 반한 나미(고준희)를 존중하며 나미의 말을 따르는 모습에서는 여성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진짜 남자'의 모습을 배웠다. "지누는 '맨'이에요. 마초적인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이해해주고 안아줄 줄 아는 남자죠. 지누와 제가 닮은 것 같다고요? 그냥 좋은 것만 배우려고 했을 뿐이에요. 저는 무던히 배우며 노력하고 승리하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영화는 지누와 나미의 이야기를 통해 돈과 권력에 사로잡힌 세상에 맞설 청춘의 열정과 패기에 응원을 보낸다. 류승범은 "청춘을 정의내리는 건 힘들다. 나에게 청춘은 가진 것 없이도 재미있는 일도 신나는 일도 많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많은 것을 느끼기 때문에 힘든 시기가 곧 청춘인 것 같아요. 경험이 생기면 취향이 생기지만 오히려 그 취향으로 인해 경험이 줄어들잖아요. 그런 다양한 생각과 경험, 감정들을 할 수 있는 것이 곧 청춘이죠."
70대 나이에도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주는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를 가리키며 "청춘은 결국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 류승범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청춘이 아닌 자유다. "사람마다 삶의 방향성은 다르잖아요. 저는 청춘보다 자유로움이 더 좋아요. 짐 모리슨과 앤디 워홀, 벨벳 언더그라운드 같은 자유의 '스피릿'을 좋아하거든요."
류승범의 달라진 삶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나의 절친 악당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지만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은 미래에 대해 굉장히 열려 있어요. 아무 것도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 흘러가듯 살려고 합니다(웃음)."
사진/이가영화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