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서이 기자] 최근 대학생들의 집단 컨닝 사태로 대학가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한 대학 교수가 공개한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지 낙서가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신한대학교 교양학부에서 '역사의 재조명'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조의행 교수는 29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대학 기말고사 시험을 채점하다 발견한 학생들의 재밌는 낙서를 공개했다.
조 교수는 "채점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시험지 혹은 문제지에 재미있는 글귀나 낙서를 하는 경우를 종종보는데 재미있기도 하다"며 "채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이런 것들을 볼 때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개한 낙서의 유형은 '그림을 그리는 학생', '격려해 주는 학생', '열심히 아이디어 정리하는 학생', '투정부리는 학생', '4차원 학생' 등 학생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학생은 잠자리와 해바라기, 해를 그리는가 하면 또다른 학생은 시간이 잘 가지 않았는지 모래시계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다른 학생은 문제지 뒷면 전체에 도형들을 표현해놓고 일본어 히라가나를 끄적인 흔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곧 일본어 시험이 있을 예정이었나보다"라며 추측하기도 했다.
조 교수의 얼굴을 그린 학생도 웃음을 자아냈다. 시험지 뒷면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정리해 놓는 학생도 있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낙서들도 있었다. "한학기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메르스 조심하세요", "1학기 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은걸 배우다 갑니다 교수님", "교수님 짱짱맨" 등 조 교수를 생각해주는 글귀도 보였다.
교수가 출제한 시험문제에 투정을 부리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은 시험지에 "교수님 저는 예송이 좋아요ㅠㅠ"라고 적었다. 조 교수는 "학생이 '조선시대 예송논쟁'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었던 듯 하다. 시험지 한 귀통이에 소심하게 이런 투정을 적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채점을 할 때 정확한 기준을 통해 선입견 등을 배제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지기 마련"이라면서도 "이런 학생들이 있어 채점할 때 청량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교수는 "딱딱했을 제 수업을 재미있게 들어준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서울대학교 철학과 개설 교양과목 중간고사 때 조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집단 컨닝이 일어나 재시험이 치러졌다. /김서이기자 redsun21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