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의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진검승부'가 오는 17일 예정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로 넘어갔다. 삼성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아직 합병 성공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은 엘리엇이 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일단 삼성은 한숨을 돌린 모습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합병비율'과 '승계용 합병'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합병 '낙관론'에 더 힘을 싣고 있다. 판결 후 삼성물산은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며 "이번 합병이 기업과 주주에게 모두 이로우며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합병안 통과까지는 여러 고비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ISS(기관투자자서비스)의 의견이 최대 관건이다.
세계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ISS 보고서가 삼성에 불리하게 나오면, 이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의결권을 결정하는 외국 투자자들의 지분을 얻기 힘들다. ISS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3일 오후께 보고서를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엘리엇을 포함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33% 정도다.
아울러 한국기업구조원(지배구조원)이 판단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배구조원은 이번 주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여부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원에 합병사안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배구조원의 판단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물산 지분 10.15%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사실상 합병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 역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이날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국민연금을 잘 설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주주가 잘 되기 위해 잘 판단해주리라 믿는다"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불씨는 자사주다. 법원은 엘리엇이 신청한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10일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했다. 현재 KCC를 포함한 삼성의 확실한 우호지분은 19.95%로 파악된다.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삼성은 표 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여기에 앨리엇의 공세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법원 판결 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앨리엇은 "법원이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게 매각한 것이 불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위가 불법적인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성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