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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이슈분석] 국민연금, 삼성 편 들어줄까

합병 찬성논리 개발 쉽지않고, 엘리엇 ISD 제기 가능성도



삼성이 기댈 마지막 보루, 보수언론도 "민족주의" 논조 강화

"SK 합병건서 '주주이익 우선' 입장 이미 표방" 분석도

[메트로신문 임은정 기자] 국민연금은 삼성 손을 들어줄까? ISS(기관투자자서비스)를 비롯한 유수의 국제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반대표를 던질 것을 주문하면서 삼성은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심리적으로나마 기댈 곳은 '민족기업 삼성의 지배권 보호'를 부르짖는 몇몇 보수언론밖에 없어 보인다.

법원이 두 건의 가처분사건에서 삼성 편을 들어주었지만, 이마저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쇼비니즘'(국수주의)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법원의 기각 결정이 국내법에는 합치할 지 모르지만 주주이익과 합병시 자산가치를 우선시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는 것인 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기 때문이다.

7일 현재까지도 삼성물산 주주 가운데 확실한 삼성 편은 KCC를 합쳐도 20%가 채 안된다. 주총 참석비율을 70%로 가정해도 47% 이상의 우군을 확보해야 삼성은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최소한 27% 이상의 표심을 더 얻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어디 하나 만만한 곳이 없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은 반 삼성 분위기가 짙다. 총 10.9%를 쥔 국내 일반 기관투자자들도 ISS 등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무작정 찬성표를 던지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찬성을 합리화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서 펀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총 26.68%(엘리엇 제외)를 차지하는 외국계 기관투자자들도 역시 같은 이유에서 찬성표를 던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게 남은 그나마 희망은 국민연금(지분율 11.21%)이다. 보수언론들은 주총 일이 가까워 지면서 엘리엇을 투기자본으로 몰아세우며 "돈에 눈이 먼 벌처펀드로부터 '한국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기관인 국민연금으로서는 이런 '민족주의적' 호소에 흔들릴 여지도 있다.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도 이번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투자자국가소송(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 의결권은 통상 기금운용본부 산하 투자위원회에서 입장을 정하지만, 중요한 사안은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로 넘긴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기금운영위원회 산하에 있고,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를 대한민국 정부의 결정으로 몰아갈 수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진출한 국가의 법령이나 정부 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엘리엇이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낸 것도 나중에 ISD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ISD 소송에 휘말려들면 국민연금이 부담할 비용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ISD 소송을 진행 중인데, 법률자문비용만 해도 어머어마하다. 국내로펌 변호사에게는 시간당 44만원, 해외로펌 변호사에게는 시간당 608달러(약 69만원)를 지불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SK- SK C&C 합병건에서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합병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나 합병 비율,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결정은 ISS와 한국기업지배구권이 SK 합병안에 찬성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주가치를 훼손할 경우 국민연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합병안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삼성측에 던진 것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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