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중국의 채권시장에 잇달아 진입하고 나섰다.
중국채권의 직접거래를 통해 안전한 투자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활성화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중국 채권을 활용해 위안화 관련 직·간접투자나 파생상품 개발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과 상품을 마련할 방침이다.
◆ CIBM, 中 채권거래액 90% 차지…"우리-외환-SC銀, 투자자격 획득"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중국인민은행으로부터 중국 은행간 채권시장(CIBM)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승인받았다.
중국은행간 채권시장(CIBM)은 중국의 국공채나 금융채, 회사채 등 다양한 채권이 거래되는 중국내 은행간 장외시장으로 중국 전체 채권거래액의 90%이상을 차지한다.
채권 시장에 진입 하기 위해선 중국인민은행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그간 특정펀드나 위안화 무역결제에 실적이 많은 은행에 대해서만 CIBM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중 최대 한도인 20억 위안(원화 약 3600억원) 규모로 투자자격을 획득했다.
이는 위안화 수출입 거래실적과 국내 대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으로서 향후 위안화 거래 증대 가능성에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우리은행 측은 설명했다.
이번 투자자격 획득으로 우리은행은 저수익 구조인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새로운 투자처로 중국채권시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무역결제 관련 자금을 중국본토 채권에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
김재원 우리은행 자금시장사업단 상무는 "중국채권의 매력적인 금리와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영업기회 발굴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제업무와 동시에 채권을 활용한 자금운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상품 개발과 위안화 대고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 2일 CIBM을 통해 5000만 위안(약 91억 원 상당)의 위안화 채권매수거래를 실행했다.
CIBM을 통한 채권매수거래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이에 앞서 SC은행은 지난 3월 중국인민은행으로부터 국내 금융기관 중 최대규모인 59억 위안(약 1조 700억 원 상당)의 CIBM 쿼터를 부여받았다.
◆ "고금리-안전성-자금조달 수단 확보 '매력'"
SC은행 측은 "CIBM을 통한 위안화 표시 중국채권의 직접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도 중국 본토에서 발행한 국공채, 은행채, 회사채 등 위험도가 낮은 안전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하고 안전한 투자처 확보를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CIBM 참가 자격 획득으로 중국 Repo시장에 직접 참가해 유동성을 확보 할 수 있는 자격도 동시에 획득함에 따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활성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꼽았다.
박형근 SC은행 금융시장본부 부행장은 "한-중 무역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은행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로서 다양한 자금조달과 운영수단을 가짐에 따라 거래고객들에게 보다 폭넓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앞으로도 위안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 중국인민은행으로부터 CIBM 투자를 허용받아 위안화 무역결제 관련 자금을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수출입 업체가 외환은행을 통해 대중국 무역 결제 업무를 수행하고 위안화 자금을 예치할 경우, 중국 본토의 고금리 채권 시장을 통한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앞서 외환은행은 수출입 기업에 대한 위안화 금융 수요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써 지난 2013년부터 CIBM 투자 승인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위안화 거래 규모가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위안화 서비스 플랫폼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강창훈 외환은행 자금시장본부 본부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위안화 무역 결제 기업 입장에선 보유한 위안화 자금 운용에 제약이 매우 컸다"면서 "현재 중국 내 채권 시장의 금융 환경에 비춰 높은 금리의 위안화 예금 상품이 가능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위안화 무역 결제 참여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