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사람들은 흔히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코믹 연기는 쉽고 편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배우들을 만나다 보면 많은 이들이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웃음처럼 다루기 힘든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믹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들에게는 뜻밖의 진중함이 있다. 임원희(44)도 그렇다.
임원희가 오랜만에 정통 코미디 영화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쓰리 썸머 나잇'(감독 김상진)이다. 영화는 일탈을 꿈꾸며 부산 해운대를 찾은 세 친구의 예상치 못한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임원희는 세 친구 중 엉뚱하다면 가장 엉뚱할 달수 역을 맡았다. 비정규직 콜센터 상담원으로 고객의 '갑질'에 늘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런 달수에게 유일한 위로는 바로 걸그룹이다. 한 손에 캠코더를 들고 걸그룹을 쫓아 다니는 달수의 모습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캐스팅 조합부터 코미디답다. 임원희와 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김동욱과 손호준이 동갑내기 친구들로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임원희에게 다른 두 배우의 캐스팅 소식은 조금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김상진 감독에게 "제가 부담스러우면 영화에서 빠지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상진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나이가 짐작이 안 가는 얼굴이니 괜찮다"는 말에 힘을 얻었다.
임원희는 달수를 "영화적으로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인간적으로 보면 찌질하고 민폐인 캐릭터죠. 하지만 세 친구 중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역할을 고르라고 해도 저는 달수를 선택할 거예요." 캠코더를 들고 걸그룹을 쫓아다니는 모습에서는 언뜻 일본의 오타쿠 캐릭터가 연상된다. 그러나 임원희는 "오타쿠의 모습을 빌려오기보다는 시나리오 속 달수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는 달수가 어떤 인물인지는 나와 있어도 달수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아요. 캠코더도 들고 다닌다는 설정만 있었거든요. '어떻게' 들고 다닐 지는 전적으로 제가 만들어야했죠. 첫 촬영이 영화 초반부에 세 친구가 술 마시다 해운대로 무작정 떠나자고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달수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잡혀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점점 캐릭터에 살이 붙었죠. 그래서 맨 마지막에 찍은 고등학생 시절은 어렵지 않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코미디 영화지만 수중 촬영, 불쇼 연기, 레슬링 등 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만큼 힘도 많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는 김동욱, 손호준과 동갑내기 친구로 나오지만 촬영장에서는 현장 분위기를 이끄는 맏형의 역할도 해야 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임원희의 코믹한 연기가 빛난다. 영화 속 걸그룹으로 등장하는 달샤벳과의 팬미팅에서 보여주는 의외의 춤 솜씨, 그리고 달샤벳의 매니저로 출연하는 심은진과 호흡을 맞춘 코믹한 베드신이 그렇다.
임원희에게 영화 속 세 친구 중 자신의 성격과 가장 닮은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임원희는 세 친구 중 그나마 차분한 성격인 명석을 꼽았다. 다만 "대장처럼 나서는 것만 빼고"라는 단서를 달고 말이다. 그의 말처럼 임원희는 인터뷰 내내 영화와 달리 진중했다. 그 진중함 속에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가득 있었다.
최근 임원희는 '정글의 법칙' '나는 남자다'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보다 대중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매주 일요일 안방을 찾고 있다. 임원희는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라며 "예능으로 이렇게 많이 알아봐주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며 "나의 베이스는 배우다. 그래서 적당한 선은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출연 중인 '진짜 사나이'도 연기에 큰 지장이 가지 않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과를 졸업한 임원희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배우로서 그의 목표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우로 대중과 만나는 것이다. 빤하지만 진심이 담긴 목표다.
"꾸준히 작품을 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바람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큼 큰 행복도 없거든요. 물론 흥행까지 되면 좋겠지만 지금의 제 바람은 영화든 드라마든 배우로서 정체되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하는 겁니다. 재미가 없나요? 하지만 그게 진짜 제 바람입니다."
사진/라운드테이블(전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