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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영

'언론플레이' 국민연금, 삼성편 맞아?

주식 대차 거래시 의결권 일부 제한 가능성…삼성, 국민연금 의결권 문제 생기면 더 힘든 싸움 불가피



[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17일)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어정쩡한 자세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에 찬성의견을 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국민연금은 이 사실을 언론에만 슬쩍 흘리고 공식 입장은 여전히 '노코멘트'다. SK-SK C&C합병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온전하게 삼성물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3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분 11.21%를 갖고 있는 회사 최대 주주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얻기 위해 삼성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고스란히 의결권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대차거래 가능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다. 대차거래는 대여자가 차입자에게 증권을 유상으로 빌려주고, 차입자는 계약종료 시 대여자에게 동종동량의 증권을 상환을 약정하는 거래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SK 합병건에서 주주총회 전에 찬·반 의사를 분명히 한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시장의 판단과 국민연금이 행사할 수 있는 실제 의결권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확정 기준일인 6월 11일 현재 삼성물산의 대차거래 잔고주수는 792만1301주다. 이는 삼성물산 보통주(1억5621만7764주)의 5.07% 규모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대차 거래했을 경우 의결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의결권 같은 법적권리는 소유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차입자에게 생기다"며 "의결권 행사 전 대여자가 민감한 상황인 경우 상환요청을 해서 상환될 경우 행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차거래한 주식에 대해 국민연금이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대차거래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2년 97억원, 2013년 60억원, 2014년 110억원 등을 주식대여 수수료로 챙겼다. 국민연금이 소유한 삼성물산 주식 일부도 대차거래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개별 기업에 대한 대차거래 내역은 확인해 줄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의결권이 일부 제한될 경우 가장 당혹스러운 쪽은 삼성이다. 삼성은 국민연금 연금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30.99%를 우호지분으로 계산하는 모습이다. 주주총회 참석률 70% 가정 시 삼성은 47%의 찬성 지분이 필요하다.

주주총회가 임박하면서 삼성물산은 우군 모으기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 주라도 위임하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자세다. 하지만 국민연금 의결권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싸움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달 SK와 SK C&C의 합병 때는 총수 지분이 높은 SK C&C에 유리하게 합병안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주총 전에 공개했다. 국민연금이 비슷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 결론을 내리고서도 왜 다른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연일 논란이 뜨겁다. 당일 주총장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은 공적기금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 때도 사안이 중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발표하더니 이제와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주주총회 이후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연금의 주인인 국민에게 합병 찬반에 대한 소상한 의견을 제시해야하는데 언론에 슬쩍 흘린 후 '간을 보는식'의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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