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면심사위, '심사'는 없고 '보좌'만…"영역 침범하지마!"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밝힌 가운데 사회대통합을 빙자해 측근과 사회 지도층을 무더기 사면한 역대 정부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견제하기위한 사면심사위원회가 법무부 산하에 도입됐지만 심사 기능을 잃어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법무부는 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와 관련, 필요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주문함에 따라 본격적인 실무 절차에 착수했다. 구체적 범위 등 사면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언급한만큼 경제 사범에 대한 특사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의 특사 발언 이후 수감된 정치인과 재벌총수들이 거론되면서 특사 남용 우려가 팽배하다.
특사 남용은 역대 정부에서 비일비재했다. 이를 견제하고자 사면법이 제정 60년만인 2008년 개정돼 사면심사위가 설치됐지만 자문과 권유의 기능만 있어 실질적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2013년 퇴임을 2주 앞두고 측근 중심의 '셀프 사면'을 단행해 논란이 됐다.
사면위원회가 도입된 이후였지만 특사 오·남용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예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심사는 고사하고 보좌만한 셈이다.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이후 10건의 사면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제출됐지만 2년 넘게 표류 중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일 때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정치의 속성 때문이다.
사면심사위 구성원 9명 중 4명이 법무장관 등 정부 측 인사로 구성돼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2004년 한나라당은 당시 대표였던 박 대통령 주도로 '특사를 행할 때 국회의 의견을 구한다'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 여당의 입장인 새누리당은 유사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서 국가 통수권자로 위치가 달라지자 새누리당도 정부여당의 위치에서 입장을 달리한 것이다. 사면법 개정과 심사위의 독립이 거론되지만 매번 수포로 돌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면법 첫 개정이 법 제정 60년 만에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교 변호사는 "사면심사위는 도입부터 자문과 권유의 역할만 가지고 있었다"면서 "특사는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심사위는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전횡을 막자는 취지로 설치됐기 때문에 통합을 명분으로 한 무더기 사면은 오히려 사회대통합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심사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성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미란 기자/actor@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