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가결돼도 주식매수청구권 난코스...외인 11%만 뭉쳐도 한도초과
부결땐 '이재용 체제' 자체에 차질...이부진 카드 등 부각 가능성도[/b]
[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삼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17일 오전 막을 올린다. 삼성은 이 합병안 통과에 목을 맸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이후 25년여간 진행돼온 '이재용 체제' 구축 1단계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느냐가 이번 주총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잇달아 합병 찬성 의견을 내놓으면서 삼성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합병안이 통과돼도 안심할 수 없다. 주식매수청구권, 앨리엇매니지먼트와의 법정 공방 등 쉽지 않은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만에 하나 합병안이 부결되면 삼성은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과 상속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주총은 17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주총 안건은 △합병계약서 승인 △주주제안(현물배당 추가) △주주제안(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마련) 등 3건이다.
[b]◇합병 성공…주식매수청구권 난코스 대기[/b]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가결되면 주총에 앞서 반대의사를 통보한 주주들은 1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 5월 26일 합병 계획을 공시하면서 삼성물산이 제시한 보통주 1주 당 주식매수청구가격은 5만7234원이다. 삼성은 주식청구권 매입대금이 1조5000억원(삼성물산 1조원·제일모직 5000억원)을 넘으면 합병계약서에 따라 합병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건은 주총을 통과한 뒤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한도를 넘어 무산됐다. 주식대금을 모두 지급하면 합병을 진행 할 수 있었으나 합병회사의 재무상황 악화 등을 고려해 합병 포기를 결정했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19일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합병결정)'에 따르면 주식매수대금 조달 가능 금액은 1조원이다. 주총 전까지 반대 의견을 밝힌 지분 가운데 보통주 기준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 수가 1747만2132주(전체의 11.18%)를 넘으면 삼성물산이 조달 가능한 금액을 초과한다. 삼성물산이 발행한 보통주는 1억5621만7764주다.
관건은 삼성물산의 주가 흐름이다. 주총 후 삼성물산 주가가 폭락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3.43%오른 6만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현 시세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5만7234원보다는 1만2066원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장중 변동폭이 상하 30%로 높아진 터여서 안심할 수도 없다. 현 주가에서 17.4%만 빠지면 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접근하기 때문에 하루만에도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
주가가 빠지지 않아도 엘리엇 등이 악심을 품으면 여전히 삼성은 코너에 몰릴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엘리엇을 포함해 33.53%다. 7.12%를 보유한 엘리엇이 외국인 지분 5%가량만 끌어 들여도 삼성물산의 주식매수 조달 가능 금액을 넘길 수 있다. 엘리엇은 우선주 합병비율 임의적 산정, 자사주 처분 등을 문제삼아 주총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b]◇합병 부결…'이재용 체제' 흔들릴 수도[/b]
삼성은 공식적으론 언급을 자제하지만 이번 합병의 속내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안착에 있다. 결국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가 목적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합병이 성공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4.06%의 삼성전자 지분을 움직일 수 있다.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까지 활용하면 이 부회장이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2.18%로 확대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7.55%다.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의 지배구조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취약한 상태로 유지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추진은 사실상 어렵다. 삼성물산 지분을 늘려야 하지만 상호출자금지에 걸려 계열사의 힘을 빌리기 어렵고, 상속세 등을 고려하면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상속 리스크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고시 유언장 유무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상속 지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뜻이 정확히 담긴 유언장이 있으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의 상장사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두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이 상속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분을 나눠야 한다. 상속법은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비율을 1.5대1로 규정하고 있다. 홍 관장이 이 회장 재산의 1.5를, 이 부회장 삼남매가 1씩을 나누는 구조다. 결국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498만5464주) 가운데 22.22%만을 확보 할 수 있는 셈이다.
3세 승계구도 자체에 어깃장이 생길 수도 있다. 최근 '면세점 전쟁'에서 승리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부진 사장 카드가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부진 사장에 대한 신망이 점차 두터워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