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책임 판치는 '成리스트 수사' 그 후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무책임'이라는 이름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부끄러움 한 점 없는 검찰과 이를 비판하는 정치권의 특검 주장이 자취를 감추면서 침묵의 카르텔이 판치는 모양새다. 이로써 100일여 만에 망자의 이름과 그가 남기고 간 의혹의 실체도 완전히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82일간의 수사를 끝낸 지난 2일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리스트 8인 중 2인은 불구속기소, 6인은 불기소됐다는 게 수사 발표의 핵심이다. 여기에 특별사면 과정에 개입한 혐의을 받은 노건평씨에게 '공소없음'을, 김한길·이인제 의원에 대해선 계속 수사 방침을 밝히며 일단락됐다.
이 같은 결과는 정치권,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표면적으로 리스트에 오른 친박에겐 면죄부가, 리스트에 없는 범야권 측 인사들에 대해선 엄격한 수사의 잣대가 적용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곧장 특검 주장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상설특검과 별도특검을 주장하며, 관련 공방이 지속될 듯 보였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김·이 의원에 대한 지속 수사를 천명한 검찰이 소환 등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서 특검을 주장할 필요성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새누리당도 침묵하긴 마찬가지다. 불기소 처분이 난 리스트 6인이 친박계 인사인 까닭에 특검을 주장해 추가 기소 사례가 나오면 결국 제 발등 찍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침묵하는 이유다. 사실상 정치권이 제 밥그릇 지키기에 특검 카드를 가져다 쓴 격이다.
검찰도 침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소와 불기소를 가른 기준이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면서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개의치 않고 수사에서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이번 주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이 전 총리는 차기 총선 출마를 걸었고, 홍 지사는 검사 출신으로 재판 사정을 비교적 훤히 안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침묵의 카르텔이 법원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