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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3일만에 손실액 3361억원 넘어, 국민돈 누가 책임지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 후, 주가 연일 하락세



경제개혁연대 "의사결정 압력·로비 정황 의심스러워"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서 삼성 편을 든 국부펀드 국민연금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국민에게 욕을 먹고 있다. 특정기업 편을 들자고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자문도 구하지 않고 국민의 노후저축에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원망을 사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라'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를 무릅쓰고 합병에 찬성했는데, 합병 성사 후 연일 주가가 폭락해 3일만에 3361억원의 평가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완선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자리마저 내놓을 위기에 처했다. 의결권위원회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건과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왜 (의결권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절차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국부펀드의 안일한 운영을 지적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투자자는 소중한 노후 자금이 재벌을 먹여살리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 고갈에 따른 노후 불안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무지한 투자 손실은 국민들의 불안감마저 조성하고 있다.

SK C&C 합병때완 달리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이유를 이례적으로 주총 당일날 발표한다고 해놓고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막대한 국민들의 연금을 운영하는 국부펀드가 국민에게 이렇다할 합당한 찬성 이유도 밝히지 않은 것 또한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주주총회 당일(17일)에 이어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에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지분 11.61%)이자 제일모직의 3대 주주(5.04%)인 국민연금도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었다.

지난 3거래일의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서 1831억원, 제일모직에서 1530억원 등 총 3361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21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 주가는 5만9200원으로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주식매수청구권(보통주 1주당 5만7234원) 가격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번 평가손실을 예견한 외부 목소리를 외면한 채 합병 찬성에 손을 들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합병을 앞두고 국내외 자문기관에서는 잇달아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합병안의 결단을 내린 사람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다. 그는 평소 '투자를 집행한 운용역들이 책임감을 갖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수십조원의 자산이 달려 있는 만큼 중요한 결정은 국민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양사 주가는 시간이 흐를 수 록 오히려 급락하며 피해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한 국민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판단을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보는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합병 후 동반 급락하면서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가 무색해졌다.

또 국민연금 고갈에 따른 노후 불안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수익률을 악화시키며 합병에 찬성한 것에 대해 임시 주총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삼성이 승리를 거뒀지만 한국 재벌의 기업지배구조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된 것"이라며 "삼성은 지난 몇 주 동안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설득 작업과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침해 이슈를 부각시키는 작업을 벌였다. 국민연금은 자문 기관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결정은 '경제 민주화' 기치를 내걸고 재벌을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상반된다"며 "한국 사회가 자유시장에 반(反)하는 행위를 애국심이란 이름으로 묵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가 발전한 배경에 재벌이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며 재벌은 오히려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소중한 노후 자금이 재벌을 먹여살리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21일 삼성찬성 의사결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삼성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삼성 합병 건에 대한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의사결정은 외부의 압력이나 로비에 따른 것임을 의심케 하는 충분한 정황이 있다"며 "국민연금이 지난 7월 1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의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과 관련하여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하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문서와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이번 합병에 대해 문제삼으며 절차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전문위는 국민연금기금의 자체 의결권 행사에 대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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