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의원이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출마의사를 밝힌 데 이어 23일 출국했다. 아마도 사전정지작업을 벌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지분 10.15%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현재 고문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현대중공업의 오너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임원들을 대규모로 퇴진시킬 때 그의 젊은 아들은 상무로 승진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그의 정치적 측근이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의 적자를 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현대중공업과 계열사들의 신용급을 끌어내렸다. 중권사들도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깎아내렸다. 그리스 경제위기로 말미암아 조선경기가 조속히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아직 20조원이 넘는 내부유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큰 규모의 내부유보조차 경영여건이 더 악화되고 실적부진이 계속된다면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그야말로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있다. 정주영 전 회장이 창업할 당시보다 더 어렵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도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에서는 경영이 어려울 때 파업은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당한 호소이다. 지금은 파업을 자제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동시에 최대주주인 정 전 의원도 경영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국제축구연맹도 중요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어려운 시기에 시급한 일을 미뤄두고 다른 일에 눈을 돌리는 것은 상서롭지 않다. 과거 대우조선이 어려움을 겪고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거제도 조선소에 상주하면서 노조와 대화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애쓴 일이 있다. 정몽준 전 의원도 지금 가야 할 곳은 바로 울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