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여름밤의 악몽?… 점점 옥죄오는 합병무산 공포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 추락세 가속…주식매수청구 위험권
우선주 별도 주총 요구도 본격화…엘리엇 공세 재개 가능성
삼성물산이 지난 17일 합병 주총 직전 주주들에게 '합병안에 찬성해달라'며 내보낸 방송광고의 한 장면.
[메트로신문 조한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합병안 통과 후 양사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4400억원대의 자사주 매입 카드까지 내놓았지만 주가 추락세는 되레 심해졌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우선주 별도 주총 소집요구를 위한 지분 모으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주 지분을 발행주식의 3%이상, 또는 6개월 이상 보유지분 1.5%이상을 모으면 소액주주도 우선주 별도 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합병안은 무효화될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이번 주중으로 '2차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합병 주총 이후 삼성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양상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물론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주식까지 내다팔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주총이후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 삼성물산 보통주는 전날보다 1.86% 떨어진 5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 우선주는 1.12% 하락한 3만9900원에, 제일모직도 1.74% 내린 1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일모직이 4400억원을 투자해 자사주 매입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삼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합병안이 통과된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6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2250억8100만원 어치의 삼성물산 보통주를 내다 팔았다. 제일모직의 순매도 금액도 980억60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우선주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도 대량 처분하고 있다. 지난주(20~24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2207억2200만원이나 됐다.
삼성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은 "장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단기적 하락의 원인은) 여러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역시 "단기적인 여러 요인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가지 않겠냐"고 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아예 기자들 질문에 답을 피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이 설명한 합병효과를 외국인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기업가치와 주주보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밀어붙이기 식 합병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뉴 삼성물산이 5년 뒤에는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해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 자회사가 운영하는 바이오 사업이 향후 삼성의 주요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이 내놓은 뉴 삼성물산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2020년 바이오 사업의 예상 매출액은 1조8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 수준이다.
지난해 33조5640억원(삼성물산 28조4455억원·제일모직 5조1296억원)의 규모의 매출을 5년만에 60조원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삼성물산소액주주연대 등은 이번주부터 삼성물산 우선주 별도 주총 소집 요구를 위한 지분 모으기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합병주총 주주명부 폐쇄일인 6월11일 기준 우선주 지분을 3%이상, 또는 6개월 이상 보유 지분 1.5%이상을 모으면 소수주주도 우선주 별도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우선주 주총에서 참석지분의 3분의 2 이상이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합병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 상법(435조, 436조)은 합병으로 인하여 우선주 주주에게 손해를 미치게 될 경우에는 보통주 주주총회 외에 우선주 주총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엘리엇도 이번 주 중으로 '2차 액션'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엘리엇이 주총에서 패배한 것 자체보다도 한국의 '반 외국인 정서'에 당황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주총 이후 삼성물산 뿐 아니라 제일모직의 주가까지 빠지면서 명분을 어느정도 회복한 만큼 이번주 중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엘리엇이 열흘정도 남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지켜보면서 삼성SDI 이사진 등을 상대로 한 배임 등 소송전 확대로 장기전에 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