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지역감정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이념과 철학에 관계없이 내 고장 사람을 찍어야 한다는 '묻지마투표' 때문에 더욱 심화돼 왔다. 이처럼 해묵은 지역감정은 특정지역을 특정정당이 완전석권하는 '지역독재' 구도를 만들어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망국병이라고 불리는 지역감정과 지역독재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럼에도 수십년이 흐르도록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끌어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새로이 제시한 선거제도 개편방안은 지역감정 해소 또는 완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제안을 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4일 국회에 낸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은 현행 소선거구제에 석패율 제도를 가미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접목하고, 비례대표 의원을 2배가량 늘리자는 것이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도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 후보로 동시에 등록할 수 있다.
2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주목을 끈다. 선거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면 누구든지 정당과 후보자 혹은 배우자 등 가족이 특정지역이나 지역인을 비하·모욕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따라서 당선이 무효처리될 수도 있다.
이런 방안들은 지역감정과 지역별 정당독점 구도를 허물기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서 관심을 끈다.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채택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지역감정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지만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여당과 야당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추진해 볼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발전을 위해 유리한지 불리한지 너무 계산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