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롯데 지주회사격 호텔롯데 지분 72.65% 'L투자' 신격호 장악
쇼핑·제과 등도 지분율 낮아 이사직 유지 난망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신동빈(60·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한국롯데는 가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롯데 '형제의 난' 사태를 종합 분석해보면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동생에게 기울어 있지만, 주주총회 지분은 형에게 유리하다. 신 회장은 한국롯데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이 전무할 뿐아니라 한국롯데에서 롯데홀딩스가 갖는 지분 자체도 약하다.
롯데홀딩스 주총 승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아버지인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주(61)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지분 싸움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여기에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직위 해제하고,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지시서와 임명장도 공개되며 후계자 명분도 사라진 상태다.
계열사 지분도 약한 신 회장이 한국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최대주주(13.46%)로 있는 롯데쇼핑 정도로 보인다.
◆ 호텔롯데 실질적 주인, 신격호의 'L투자회사'
한국롯데를 지배하는 것은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롯데상사·롯데케미칼·롯데물산·롯데건설·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캐패탈·대홍기획 등의 대주주 또는 최대주주이다.
현재 호텔롯데의 단일 최대주주는 19.07%의 지분을 가진 롯데홀딩스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총 72.65%를 가진 'L투자회사'다. 나머지 지분은 광윤사가 5.45% 등을 갖고 있다.
총 12개로 나뉘어진 L투자회사 중 9곳(L1·2·3·7·8·9·10·11·12)의 대표이사는 신 총괄회장이다. 이들 9곳이 가진 호텔롯데의 지분은 49.45%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대표자산관리회사로 알려진 광윤사의 지분 5.45%를 더하면 신 총괄회장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만일 신 회장이 이달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패배하면 롯데홀딩스의 호텔롯데 지분 19.07%까지 신 총괄회장에게 합류된다. 신 총괄회장이 73.97%의 지분을 갖게 된다.
상법에 의해 임기 중 이사의 해임은 주총에서 출석주주 3분의 2의 동의에 따라 정해진다. 임기 만료시엔 과반수 동의로 정해진다.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주총 패배는 곧 바로 호텔롯데 이사의 사퇴로 이어지게 된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하면 호텔롯데 임시주총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기만료일인 2017년 정기 주총에서는 결국 해임되게 된다.
롯데홀딩스 지분을 모두 신 회장 편으로 끌어 들여도 임기 중 해임만 막을 수 있다. 신 회장의 호텔롯데 대표이사 임기 만료는 2017년 2월18일이다.
12개의 L투자회사중 신 총괄회장이 맡지 않은 3곳(L4·5·6)의 대표는 신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츠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다. 호텔롯데 지분의 23.20%를 갖고 있으며 롯데홀딩스 지분과 합해도 42.27%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다.
신 회장이 최대주주(13.46%)로 있는 계열사 롯데쇼핑도 불안하다. 신회장의 지분은 신 전 부회장(13.45%)과 0.0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가 8.83%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장녀 신영자(0.74%), 셋째부인 서미경(0.10%), 막내딸 신유미(0.09%) 외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 외 롯데계열사의 지분은 ▲롯데제과 신동빈 5.34%, 신동주 3.95% ▲롯데칠성음료 신동빈 9.24%, 신동주 4.83% ▲롯데건설 신동빈 0.59%, 신동주 0.57% 등으로 두 형제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손을 들어주는 자가 승자가 된다.
◆ 신동빈, 주총 승리도 미지수…후계자 '명분'도 부족.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신 전 부회장은 일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결권은 2%에 못 미치지만 아버지의 대표자산관리회사인 광윤사의 지분 33%와 우리사주회의 지분을 합하면 3분의 2가 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 28%와 신 전 부회장의 지분 20%(추정)을 합하면 이미 과반수에 가깝다. 지주인 광윤사의 지분 27.65%를 합하면 신 전 부회장은 7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신 총괄회장의 둘째부인이자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츠 하츠코(88)씨가 의결권을 갖고 있다면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진다. 신 회장이 가진 롯데홀딩스 지분은 이사회와 나머지주주들을 모두 설득한다 해도 자신의 지분 20%(추정)를 더해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신 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지지가 없어 후계자 명분 또한 약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신 총괄회장의 친필 서명이 있는 해임지시서에 이어 이달 1일 신 총괄회장이 해임을 지시한 육성이 담긴 녹취파일까지 공개했다.
이로써 그동안 롯데그룹이 주장한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 부재 주장은 근거를 잃어가고 있다.
◆ 관습법적 신 총괄 회장 지시서가 '무효'?
그 동안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제 정신이 아님을 주장했던 롯데그룹은 각종 증거들이 등장하자 급격히 법률 문제로 화제를 돌리는 모습이다. 신 총괄회장이 상법 상 절차를 무시하고 이사를 일반적으로 해임한 것은 위법이며 무효라는 주장이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의 창립 이후 주요 임원의 선임·해임은 신 총괄회장의 구두로 이루어졌으며 직원들은 이를 인식하고 따라왔다. 또 해임지시서를 통해 이사를 해임한 사례도 존재한다.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는 이미 사내에서는 하나의 관습법적 효력을 갖고 있다.
민법 제106조에는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법 제 1조 1항에는 '상사에 관하여 본법에 규정이 없으면 상관습법에 의하고 상관습법이 없으면 민법의 규정에 의한다'고 돼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미국과 달리 상법의 부재 시에만 관습법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전통이 이미 롯데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직원들이 수 십 년간 이를 인식하고 따라온 정황을 보면 이번에만 유독 '불법'을 이유로 신 총괄회장에게 반발할 이유는 없다. 만일 '불법'을 근거로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해임을 무효화 시킨다면 그 동안 모든 임원의 선임·해임이 공소시효 범위 내에서 무효가 되는 것이다.
신 회장은 2일 오후 현재까지 일본에 머물며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와 가족에게 반하는 이번 싸움에서 신 회장은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을 것"이라며 "한국 롯데는 본인이, 일본 롯데에 대한 경영권은 츠쿠다 다카유키 이하 이사회에 넘기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기자 minu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