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황각규 롯데 정책본부 운영실장, 이인원 부회장,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신동빈 줄서기…가족간 싸움 부추키고 내분만 깊어져
신격호 입과 귀, 이인원 부회장도 신 회장 편에
그룹 홍보실 등 정책본부 통해 여론 주도…'진실 공방' 등 불신만
[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입국한 뒤 신격호(94) 총괄회장 측 반격에 나서면서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해 계열사 사장단 등 신 회장을 돕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가신(家臣) 그룹의 개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그룹과 사장단, 츠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가세한 가신그룹이 신동빈 회장 측에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지분이 없는 이들의 등장은 롯데가 골육상쟁(骨肉相爭)만 격화시킬 뿐, 경영권 구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 3일 육성 공개를 통해 "신동빈의 눈과 귀를 멀게한 참모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 가신들의 과잉 충성은 신동빈 회장이 조만간 열릴 롯데홀딩스 주총에서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기가 기운다는 보도가 나오자 부랴부랴 줄서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언론 등 외부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근거리에서 신회장을 보좌하는 데 방점을 뒀지만 최근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며 적극적인 태도로 신 회장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4일 오전엔 신 회장 지지를 표명한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들이 대거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모여 '신동빈 지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계열사 최고참 CEO인 노병용(65) 롯데물산 대표이사 주도하에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이사,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이사,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표현명 롯데렌탈 대표 등 37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신동빈 회장의 예하 조직인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책본부는 롯데의 국내외 계열사들을 전반적으로 운영· 관리·조율하는 핵심 조직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신 회장의 측근 세력이 주요 요직에 포진해 있다.
정책본부의 핵심은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60) 운영실장과 이인원(69) 부회장 등이다.
이 부회장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거쳐 2011년 전문경영인 중 처음으로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신 회장의 과외선생으로 과거 '신격호의 입과 귀'로 불렸지만 신 회장 측으로 돌아섰다.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 실장은 롯데그룹의 각종 인수·합병(M&A)을 주도했다. 신 회장이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 한국 롯데에 처음 근무할 당시 보필했었다. 이외에도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 차원창 롯데시네마 대표 등이 정책본부를 거쳐갔다.
롯데 측은 특히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이상설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츠쿠다 다카유키(72)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이날 가신그룹에 가세,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지난달 27일 변호사만 동석시킨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과 면담했다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해 "같은 질문을 다시 하신다든지 내가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셨다"고 말했다. 또 "대화 때 (신 총괄 회장이)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게 대화를 나눴지만 도중에 '어'하고 생각되는 국면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정책본부에 속한 롯데그룹 홍보실도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 홍보실은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 전원 해임과 관련해 건강이상설과 판단력 저하 등을 주장한데 이어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중국사업 1조 손실설 등에도 반박했다. 부자간의 5분간 만남을 놓고도 "화해했다"며 신 회장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을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중국과 홍콩 등에서 실제 1조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신 부자간의 만남도 "문전박대 당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등 그룹 홍보실의 주장이 갈수록 공신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