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등 법인변경등기시 일본 법무성에 제출해야하는 등기신청서. 아랫부분에 신청 당시 대표이사의 이름과 직인을 찍게 되어있다. /자료=일본법무성
신동빈, 'L투자' 대표 등기 미스터리…등기신청서 무단 작성 의혹
분쟁 절정 시점에 등기 실행…신격호 '대표이사 직인' 승락 가능성 적어
대표이사 동의없는 등기신청은 위법…문서위조일 경우 국내법으로도 처벌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외형상 한·일 롯데 모두를 장악했다. 롯데그룹 지배의 핵심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두곳 모두의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의사결정이 곧 롯데그룹 전체의 입장이 되는 구조인데, 두 곳의 최고권좌를 신 회장이 차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신 회장의 잇단 행보가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뜻과 합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16일 시행된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도 '무단으로' 행해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L투자회사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복잡 미묘하다.
6일 L투자회사 법인등기부를 보면 신 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등기를 한 시점은 '골육상쟁(骨肉相爭)'이 극에 달한 7월31일이다. 변경등기를 하려면 법무성 법무국에 이사회 의사록 등과 함께 '등기신청서'라는 공적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신청서에는 신청 당시 대표이사가 자신의 이름을 적고 법인직인을 찍어야 한다.
등기 신청일 당시 L투자회사 가운데 9곳의 대표이사는 신 총괄회장이 맡고 있었다. 당연히 해당 법인의 변경등기신청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기명날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정황 상 이들 등기신청서에 신 총괄회장이 자의로 기명하고 도장을 찍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등기가 신격호 대표이사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에 신동빈 회장이 관여했다면, 국내법에 따라 공문서위조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일본 내에서의 범죄라 해도 우리 형법은 '속인주의'를 취하고 있고, 신 회장은 한국국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속인주의는 비록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대한민국 국적일 경우 국내 처벌이 가능하다는 법리다.
일본 법무성에 제출한 변경등기신청서가 유효하려면 이사회 결의안 등 등기원인을 증빙하는 서류와 함께 법무성에서 인정하는 대표이사의 직인으로 날인을 해야 한다.
당시 경영권 다툼은 절정에 달하고 신 회장은 일본에, 신 총괄회장은 한국에 머물던 상태였다.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의 등기변경에 직인을 내줬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당일 직접 도장을 찍을 수도 없었다. 정황 상 신 회장이 대표이사인 신 총괄회장의 동의 없이 등기변경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로 국내에 머물렀기 때문에 일본 내 누군가에게 L투자회사 관리를 부탁하며 회사 직인도 맡겼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 취임등기 같이 중요한 행위는 대표이사의 개별적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 판례(2006도2016)에 따르면, 적법한 대표이사가 그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대표이사의 업무를 처리하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설사 포괄적으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 받았다 해도 이 사람이 주식회사 명의로 문서를 작성하면 이는 '자격모용 문서작성' 또는 '위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7월31일 이전에 신동빈 회장이나 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등에게 L투자회사의 직인을 주면서 경영을 위임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대표이사 취임등기 신청은 당시 대표이사인 신 총괄회장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취지다.
7월31일 등기신청 당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직은 신 총괄회장이 9곳(L1·2·3·7·8·9·10·11·12), 츠쿠다 사장이 3곳(L4·5·6)을 각각 맡고 있었다.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없다면 신 회장은 최소 9곳에서 문서위조를 한 셈이 된다.
한 중견 변호사는 "설사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업무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 해도 별도의 동의없는 대표이사 취임 등기는 위법"이라며 "신 총괄회장이 본인의 동의가 없음을 입증할 경우 등기무효 사유가 되고 신 회장은 문서위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 회장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롯데 홍보실 관계자 등은 "아는 바가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