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보국 일군 신격호를 '치매노인'으로
'거화취실' 하던 신 회장, TV까지 등장해 절박함 호소
[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신격호(94·사진)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고 쓰여진 액자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한다'는 그의 철학이다.
수행원을 한 사람으로 제한, 티내지 않고 조용히 롯데백화점 매장을 자주 찾았던 그는 자신이 지나갈때 사람들을 비키게해 길을 터주거나 하면 점장을 호되게 야단친 일화로도 유명했다.
나서는 것을 싫어했던 그는 언론에도 잘 등장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렸다. '조용한 리더십'으로 존경받았던 그다.
그런 그가 TV 화면에 등장해 자신의 아들의 만행을 온 천하에 알렸다. "차남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며 "70년간 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TV속 그의 모습에는 말못할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롯데그룹에서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듯 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를 '치매 노인'으로 몰며 롯데를 접수했다.
아버지 몰래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12개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취임 등기를 완료하며 롯데그룹을 장악했다.
그는 아버지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19세에 83엔만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고생 끝에 매출 83조, 한국 5위의 재벌기업을 일궈낸 기업보국의 정신이 있었던 한국사에 남을 기업인을 노욕(老慾)을 넘어 노추(老醜)로 얼룩진 초라한 노인으로 몰아갔다.
한국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파상 공세를 펼치며 신 회장의 집권을 정당화하고 있다. 공식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릿해졌으며 최근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 측근과 일본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나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개된 육성과 영상을 통해서도 신 총괄회장은 큰 이상이 없어 보인다.
신 회장은 아버지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수족같았던 이들도 자기편으로 끌어 들였다.
아버지는 그래도 자식이 안타까운 모양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3일 육성 공개를 통해 "신동빈의 눈과 귀를 멀게한 참모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