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숱한 논란과 사연을 남기고 일단 마무리됐다. 합병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그러니 이제 양사의 합병을 가로막을 이제 장애물은 사실상 모두 사라졌다,
그 사이 삼성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한 편의 연극을 벌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선전해 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사업내용이 이질적임에도 그렇게 주장해 왔다. 그것은 마치 물과 은을 더하면 수은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의 논리였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길을 닦는 것이었음을 세상은 다 간파했지만, 삼성은 포장하기에 바빴다.
삼성은 이어 소액주주를 존중하는 몸짓을 취했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니며 구애작전을 펴는 한편 제일모직은 4천여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일모직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한 푼도 배당하지 않았고, 삼성물산도 쥐꼬리만한 배당을 했을 뿐이다. 그토록 소액주주를 무시하더니 뒤늦게 소액주주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으니, 이 또한 연극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삼성물산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이하로 내려갔다. 삼성의 연극에다 국민연금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일부 '전문가'의 맞장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만 억울하게 됐다. 어쨌거나 삼성의 연극은 일단 끝난 셈이다. 오는 9월1일 공식합병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삼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고 쾌재를 부르게 됐지만, 그런 '행복감'이 항구적으로 지속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합병 회사의 경영실적이 삼성의 공언대로 되지 않거나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합병에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과 KCC도 바늘방석이 기다리고 있다. 나아가 엘리엇을 비롯해 등 돌린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삼성을 대우할지 지켜봐야 한다. 합병을 위한 연극은 일단 끝났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