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법조계 숙원 사업의 하나가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대법원 상고사건이 1991년 1만건에서 지난해 3만7600여건으로 3배 넘게 늘었지만, 대법관은 늘어나지 않기에 나온 방안이다.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한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넘어가 있다. 그런 가운데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상고법안 설치를 지지하는 주장이 발표되고 있다.
상고사건이 늘어남에 따라 대법원 심리와 판결은 늦어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분명하다.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는 대법관을 비롯한 법관의 수효를 늘려야 마땅하다. 다만 대법관을 늘려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상고법원을 설치할 것인지는 전문가들이 논의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더 큰 문제는 사법부의 신뢰이다. 9일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는 사법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신뢰도가 27%로 조사대상 42개국 중 끝에서 4번째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칠레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참으로 낯뜨거운 지표이다. 국민들 사이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오래 전부터 회자되어 왔다. 권력과 재벌에는 허약한 반면 약한 국민들에게만 준엄하다는 인식이다. 그것이 단순히 '피해의식'이라고 폄하하기도 어렵다. 사실 사법부가 조금만 달랐어도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많은 국민들은 믿고 있다.
사법부가 왜 이토록 불신을 받게 됐을까? 아마도 사법부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급한 것은 대법관 증원이나 상고법원 설치가 아니다. 그것도 분명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그렇지 않으면 법관이나 법조계의 '밥그릇챙기기'라는 인식을 씻어내지 못하고 국민의 동의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