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갑자기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통화가치와 증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가 환율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향후 수출경기를 포함한 경제여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환율과 증시가 이틀 연속 요동쳤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12일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가치는 전날 고시환율인 6.2298위안보다 1.6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의 가치 이틀 사이에 3.51% 절하됐다.
중국 중앙은행이 이처럼 위안화 가치를 연이틀 평가절하한 것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둔화되고 있는 수출을 회복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런민은행도 11일 평가절하 배경에 대해 "무역 흑자와 위안화 강세는 시장 기대치에서 빗나가고 있다"면서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려 조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다분히 수출진흥을 위해 취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도 도미노처럼 동반 하락했다. 신흥국 통화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로 이미 하락행진을 거듭하던 터에 위안화까지 절하됨에 따라 '2중의 타격'을 맞은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가치가 1998년 아시아통화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링깃, 싱가포르 달러와 대만 달러, 필리핀 페소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또 베트남 중앙은행은 이날 하루 환율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했다. 이렇듯 세계가 환율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뉴시스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메리카은행(BoA)의 환율연구소 데이비드 우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방아쇠를 당겨 아시아에서 환율전쟁이 시작되면 결코 아시아에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만간 절하경쟁이 전세계를 휩쓸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응한 금융전략가들도 내년 중반까진 31개 주요 신흥국 가운데 19개국 통화의 가치가 대폭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의 증시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1.5% 하락했고, 중국 상해증시도 1.2% 떨어졌다. 11일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시세는 중국 수요 둔화 우려에 6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고, 43.08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우리나라 외환시장과 증권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1.18포인트(0.53%) 하락한 1,975.47로 마감해 5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1179.1원)보다 11.7원 오른 1190.8원에 마감했다. 2011년 10월 6일 이후 처음으로 1190원대를 올라선 것이다.
이같은 동요는 중국이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시장이자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7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745억6700만달러에 이르고 전체 수출액 가운데 4분의1을 차지한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중국 수입 수요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엔화 약세에 이은 위안화 약세는 국내 제품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자동차 전자 등 주력수출품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와중에도 소비재의 수출전망은 비교적 밝았지만, 이마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최근 대형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중국 관련 소비주들은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이번 중국의 조치로 인해 중국 관련주 나아가 국내 증시 전망이 함께 어두워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회복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의 수출이 늘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對)중 수출 대부분이 중간재이기 때문에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안화 평가절하에 이어 원화 환율이 덩달아 크게 오르면 국내 물가에는 부담을 준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외국인 이탈요인까지 겹칠 경우 원화환율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13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현행 기준금리 연 1.50%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환율상승을 다소 억제할 수는 있지만 공산품의 국제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도 있다. 반대로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경우 환율의 대폭상승을 유발해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어느정도 불식시킬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해 서민의 생활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