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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비운의 삼성가 장남 이맹희씨 별세(종합)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CJ그룹 제공



삼성 창업주인 故 호암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CJ그룹은 "이맹희 전 회장이 14일 오전 9시39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폐암 등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12월 폐암 2기 진단을 받고 폐의 3분의 1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암이 부신 등으로 전이돼 일본과 중국 등을 오가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머물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내인 손복남 CJ그룹 고문(82)과 슬하에 CJ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그리고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이재환 대표가 있다. 형제자매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외에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이 있다.

1931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과 미국 유학을 거쳐 196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했으며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삼성물산 부사장, 중앙일보 부사장, 삼성전자 부사장 등 초기 삼성그룹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1966년 이른바 삼성의 회사였던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한비 사건)으로 호암이 책임을 지고 은퇴한 후 맹희씨는 10여 개 부사장 타이틀을 다로 활동하며 삼성의 총수 대행으로 나섰다.

하지만 고인의 경영 행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비 사건 2년 후 청와대 투서 사건이 불거지며 호암은 맹희씨가 투서를 했다고 믿었고 이후 고인은 부친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십여 년간 야인생활을 해야했다.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해 재기를 꿈꿨으나 실패한 뒤 1980년대부터는 계속 해외에 체류하며 삼성그룹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차남 이창희씨가 아닌 삼형제 중 막내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1987년 호암이 별세한 후 삼성은 이건희 회장에게는 반도체, 전자, 제당, 물산 등의 삼성그룹 주요 지분이 승계됐고 맹희씨 쪽은 안국화재보험 지분을 받았다.

해외에서 은둔의 생활을 하던 고인은 2012년 2월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유산분할 청구소송을 내면서 삼성가와 갈등,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았다.

삼성그룹에 대한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창업주로부터 상속받은 4조 5000억원 규모의 차명주식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뒤늦게 형제간 법정 싸움이 일어났다. 고인이 상성생명 주식 842만주 등 70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고 차남 창희씨, 차녀 숙희씨 등도 맹희씨의 편을 들어 가세했다.

고인은 이건희 회장 측에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한 만큼 내 상속분에 맞게 주식을 넘겨 달라"며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원을 지급하라는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도 삼성생명보험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이맹희 전 회장 측이 2014년 2월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한 후 상고를 포기하며 일단락됐다.

2년 여의 소송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은 형인 이맹희 전 회장에 대해 "그 양반(이맹희)은 우리 집에서 쫓겨난 사람" 등으로 언급했고 맹희씨측은 이 회장에 대해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등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양측 간 미행 논란까지 일며 삼성과 CJ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불거졌다.

삼성과 CJ는 1993년 고인의 장남인 이재현 CJ그룹회장이 제일제당(현 CJ)을 중심으로 삼성에서 독립을 선언하면서 전면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양 측은 1997년 대한통운 인수전을 둘러싸고 노골적으로 맞붙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중인 이재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내면서 양측의 화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고인은 1993년 펴낸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그저 남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내가 동생을 미워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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