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멘탈 매직'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마술계를 리드하는 마술사가 있다. 국내 첫 카드마술 소개, 클로즈업 마술의 1인자, 국제 마술올림픽 클로즈업 부문 한국인 최초 수상자, 국제 마술대회 FISM월드챔피언십 최연소 심사위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 마술사 최현우(37)다.
고교시절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쇼를 보고 흥분한 최현우는 여자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술에 관심을 가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술을 시작했지만 접하면 접할 수록 마술의 세계에 빠져들며 프로 마술사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숫기 없이 얌전하게 공부만 하던 모범생 최현우가 마술사가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부자의 인연을 끊자"는 이야기까지 했다. 결국 최현우는 마술을 배우기 위해 집을 나왔다.
"4년간 국내 1호 마술사인 이흥선 선생님 집에 기거하며 마술을 배웠어요. 소림사 영화처럼 처음에는 정말 청소만 했죠.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거였어요. 많은 제자들 중 선생님은 제가 가장 먼저 그만둘 거라고 하셨지만 선생님 밑에서 가장 오랜 기간 배웠고, 지금까지 마술을 하고 있네요."
최현우가 마술계에 입문할 당시에는 비둘기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통 안에서 사람을 자르는 스테이지 마술 등이 대세였다.
"선생님 공연을 객석에서 보고 있는데 제 뒤에 있던 관객들이 '비둘기 참 빨리 꺼내네'라며 대화를 나누더라고요. 순간 '아! 관객들도 마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다 알고있구나'는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관객이 예측할 수 없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마술을 해보자는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개발한 것이 사람과 일대일로 마주하며 카드로 펼치는 클로즈업 마술이었다. 이어 사람의 심리를 읽고 이를 마술로 연결하는 멘탈 매직을 연구했다.
"마술계에는 십계명으로 불리는 '서스톤 3원칙'이 있죠. 비밀을 알려주지 말 것, 결과를 알려주지 말 것, 같은 기술을 같은 사람에게 두 번 보여주지 말 것이죠. 하지만 전 이 3원칙을 깨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결과를 미리 알려 주는 방식의 마술을 선호하죠. 관객들은 순간 제 마술을 보고 놀란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토론을 해요. 그게 제가 의도하는 바죠."
최현우는 현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매직콘서트 '더 브레인'을 공연중이다. 세계적인 마술 트랜드인 멘탈 매직을 직접 눈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무대다. 멘탈 매직은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는 심리학과 마술이 절묘하게 조합된 고도의 기술이다. 영화 '나우 유 씨미: 마술사기단'에서 멘탈 스틸러인 우디 해럴슨이 사용한 마술로 국내 관객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착시효과를 이용한 옵티컬 마술, 예언 마술, 일루전 마술에서 더 발전시켜 관객이 머릿속에 생각하는 물체를 무대 위에 등장시키는 대형 마술을 선보인다. 단순히 트릭과 장비를 활용한 마술이 아닌 사람의 심리와 과학과 마술 트릭이 혼합된 마술쇼다. 대형 헬기가 무대 위에 등장하고, 관객들의 반응을 담아내는 드론 촬영, 관객들의 스마트 폰을 제어하는 스마트폰 마술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번 공연을 위해 3년간 준비했어요. 관객과 심리게임에서 이기려면 완벽한 계산과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KBS1에서 일요일 오후 방송되는 과학교양프로인 '장영실쇼'의 PD가 제 공연을 보고 출연을 요청해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그 분도 제 마술을 과학이라고 인정한 거죠."
최현우는 일상의 모든 시간을 마술과 보낸다. 마술을 생각하고 손이 녹슬지 않도록 기술을 연습하고 또 다른 마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
"제 마술을 이해하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여성이면 돼요. 결혼은 하고 싶지만 정말 연애할 시간이 없어요. 제 연인도 마술처럼 짠하고 나타나기만을 바랄뿐이죠. 하하"
최현우는 여름 공연을 마치면 11월 27일부터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개막하는 '셜록 홈즈'를 준비한다. (공연문의: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