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절화 조치를 단행한데다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이탈)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감 등으로 경기 불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진 대외 리스크는 수출·내수부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홍역을 치른 국내 경기에 치명타를 안겼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내달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는 '9월 위기설(September Risk)'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가치가 높아지고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이 부도상태에 빠지는 등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더욱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계기로 각국이 환율전쟁에 뛰어든다면 세계경제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도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최근 중국의 예기치 않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경고등은 이미 켜진 상태다.
앞서 중국은 지난 11일부터 사흘 연속 1.9%, 1.6%, 1.1%로 위안화를 평가 절하했다. 이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은 치솟았고 세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주식시장과 원화가치가 가파른 하락을 겪었다.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또한 지난 13일 현재 6개월 만에 최고치인 63.10bp까지 올랐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문제는 정부에서 아직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1.5%로 동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어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즉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다만 "환율 변동폭이나 속도가 과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유의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국내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은 이미 경보등을 울렸다. 정부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한발 앞선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