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싸움 대비한 전략적 사외이사 선임 의혹
"롯데는 한국기업", 기업지배구조개선 허락은 일본에서?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롯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었던 17일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가 실상은 신동빈(61·사진) 롯데그룹 회장의 자축 행사로 '빈껍데기'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61)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법조계 유력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 신 전 부회장 측의 대응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 안건은 일본 롯데홀딩스 현지 주주들에게 허락을 받는 모습으로, 사실상 개혁정책의 추진동력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주총을 '홍보용 쇼'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이날 주총에선 상정된 '사사키 토모코의 사외이사 선임건'과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개선안인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 확인'등 신 회장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두가지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은 일본 도쿄(東京) 시내 데이코쿠(帝國)호텔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됐다. 약 15분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주총에는 참석했지만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주도해 상정한 안건에 찬성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정싸움 대비한 법조계 유력인사 기용?
롯데그룹에 따르면 주총의 제1안건 '사사키 토코모의 사외이사 선임 건'은 일반결의안으로 참석지분의 과반수 이상, 전체지분의 4분의1 이상 찬성 조건을 충족해 통과됐다.
이날 참석한 총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주총 결의는 총 지분의 3분의 1만 참석하면 유효하다.
업계에서는 법조계 유력인사인 사사키의 이사선임을 두고 신동빈 회장이 다가올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법적대응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사키 토모코는 1983년 검사로 임관해 1998년 국회의원, 2003년 후생노동대신 세무관 2004년 변호사, 2005년 테이쿄대학교 법학부 교수를 지낸 법조계의 유력 인사다.
이 정도의 법조계 거물이 신동빈 측에 있다면 롯데 장악의 절차상 문제 제기도 가라앉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신 전 부회장과의 싸움 역시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지난 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허락없이 12개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취임·등기 했다며 '법적대응'을 경고했었다. 기존 대표이사인 신 총괄회장의 동의없는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절차적·법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한국기업", 허락은 일본에서 받는다?
지난 11일 신 회장은 롯데가 한국기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경영투명성을 위해 순환출자의 80%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선 이에 대한 허락을 일본 롯데홀딩스 현지 주주들에게 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말에 모순이 있다. 기업은 한국기업인데 모든 사항은 일본 롯데홀딩스를 통해 정해진다"며 "국내 계열사를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매입하던가 해서 한국기업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을 일본 주주들이 허락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은 97.17%를 일본회사가 갖고 있다.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회사 내 주요 사항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해서 정해지는 것이다.
또한 제2안건 중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자는 내용은 주총 안건으로는 보기 드문 사례로 찬반을 나누기도 애매한 안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안건이라 할 것도 아니다. 어느 주총이 오너를 중심으로 잘해보자는 안건을 내느냐"며 "이번 주총은 일종의 신동빈 회장 측의 자축행사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엄포했던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건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재계는 이미 신동빈 회장을 위해 차려진 밥상에서 안건을 제기하기 보다는 향후 새로운 주총을 수집하거나 법정싸움을 통해 이사해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회사법에 따르면 발행주식 3% 이상을 소유한 주주라면 누구든지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NHK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가 종료된 후 현장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동료인 사원과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 가고 싶다"며 경영권 분쟁에 나설 뜻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