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종영한 SBS 월화극 '상류사회'는 익숙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교묘하게 비튼 신선함이 있는 드라마였다. 재벌과 서민이라는 서로 다른 계급을 지닌 네 남녀의 이야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임지연(25)이 연기한 '비타민 같은 캐릭터' 이지이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이지이는 가난해도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여자라면 한번쯤 꿈꿀법한 신데렐라 로맨스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임지연은 이지이를 만나 즐겁게 연기했다. 실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랑 닮은 점이 많아서 매력적이었어요. 다양한 걸 표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었죠. 현장에서는 최대한 마음껏 연기했어요. 제가 평소 잘 하는 제스처나 말투, 애교 등을 다 보여줬으니까요. 자유롭게 논다고 생각하며 연애하듯 연기했어요."
물론 힘든 점도 없지 않았다. 처음 경험하는 드라마 현장이었다. 영화에서처럼 긴 시간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다. "최대한 대본을 빨리 숙지해서 자유롭게 캐릭터를 갖고 놀아보려고 했어요. 대사를 제 말투로 고치기도 했고요." 유이, 성준, 박형식 등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이 드라마의 빠른 작업 속도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됐다. 촬영 전부터 배우들끼리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진 덕분에 보다 편안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드라마 경험이 조금 더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
'상류사회'가 시청자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이와 창수(박형식)의 로맨스였다. 평범한 서민 여자와 재벌 3세 남자의 로맨스라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상류사회'는 이를 빤하지 않게 그렸다. 창수 앞에서도 늘 당돌한 지이, 그리고 재벌이라는 계급이 아닌 요즘을 살아가는 평범한 20대로 지이를 대하는 창수의 풋풋한 모습이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짜 연애하는 것 같은 설렘을 느꼈어요. 창수와 같이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이 그랬죠. 그때는 이지이인지 임지연이지 모르고 연기했어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창수라는 인물과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창수와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집에서 그냥 혼자 우는 장면이었는데 묵은 상처를 풀어내다 보니 그 감정 표현이 무척 힘들더라고요."
임지연은 데뷔작인 영화 '인간중독'에서 신비로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첫 인상을 남겼다. 두 번째 영화 '간신'에서는 비운의 여인으로 무거운 감정을 관객 마음에 새겼다. 그래서일까. 예능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에서 보여준 친근함, 그리고 '상류사회'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보다 대중적인 배우가 되기 위한 이미지 변신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임지연은 "어떤 의도가 있기보다 마음 가는대로 작품을 선택할 뿐"이라고 말한다.
"느낌대로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즐겁고 재미있어서 연기를 시작한 초심만큼은 잊고 싶지 않아요. 빨리 성장하고 싶고 배우로서 욕심도 많이 느껴요. 하지만 마음가는대로 하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고 진득하게 가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