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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프랑스의 권리선언에서 비롯된 이 명제는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게 혐의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대원칙을 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 원칙은 점점 빛이 바래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의자나 참고인은 2010년 9명에서 지난해 22명까지 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재판을 통해 혐의를 확정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에게 수갑과 포승줄 등 무분별한 계구를 착용시키거나 겁박하는 사례가 빈번해진 것. 지난 4월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은 것도 강압 검찰의 일면을 고발하는 계기가 됐다.
일부 검사가 유죄추정의 원칙을 마음에 새긴 채 피의자를 마주하고, 참고인을 공범 다루듯 하다 이 같은 사달이 난 것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고서 검사가 피의자나 참고인을 겁박했다는 얘기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심약한 이가 스스로 압박에 못 이겨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자살의 원인을 당사자에게 돌린다는 것보다 피의자나 참고인이 어떤 사람일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더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재돼 있음을 뜻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 같은 불행을 막기 위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검사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구타와 협박 등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법리를 두고 다투는 상대를 주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얼핏 평등해 보이지 않아서다. 혹 검사는 나쁜 평가를 받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변호사가 일부러 안 좋은 평가를 했다는 억울함을 토로할 수도 있겠다. 검찰이 검사평가제를 불편해하는 이유다.
다만 도입 과정에서 일부 유의미한 지점은 있어 보인다. 평가 과정에서 검사가 느낄 억울함 내지 불편한 감정에 대한 공유 말이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피의자가 느꼈을 억울함에 대한 간접 경험 정도가 되지 않을까. 검찰이 느끼는 불편함을 경각심으로 치환시켜야할 때다. 그래야 검찰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빌미로 훗날 있을 '검사평가'에 대해 항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