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스크린 속에서 유선(39)은 늘 강하고 억센 여성이었다. 마을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혼자 간직해야 했던 여인이었고, 딸의 안타까운 죽음에 복수를 다짐하는 엄마였다.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퇴마: 무녀굴'(감독 김휘)에서도 유선의 강한 모습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지독한 원혼에 빙의된 엄마다.
영화에서 유선이 연기한 금주는 평소에는 딸에게 한없이 따뜻한 엄마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에 씌어 냉정하고 매서운 엄마가 된다. 뜻하지 않은 남편의 죽음, 그리고 서서히 찾아오는 공포 속에서 금주는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에게 도움을 청한다.
오랜만의 복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이전에도 출연한 적 있는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은 "호러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떤 배우가 이런 말을 했대요. 코미디 혹은 액션하면 떠오르는 배우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전문화된 배우라는 뜻에서 행복한 것이라고요. 처음 공포영화를 몇 편 할 때는 우려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게 나쁜 건 아니라고 봐요."
장르는 익숙할지언정 연기는 힘든 점이 많았다. 현실적으로 경험해볼 수 없는 빙의 연기, 공포의 주체가 돼 해야 하는 섬뜩한 분장, 그리고 제주도 방언 등은 이번 영화에서 유선이 마주한 도전이었다. 무엇보다도 착한 엄마와 나쁜 엄마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관객이 어떻게 볼지가 걱정이었어요. 금주가 원혼에 씌어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말투와 표정, 눈빛만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어요. 정말 다른 영혼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받아들이도록 노력했죠."
'가발' '검은 집' 등 공포영화 경험이 있는 유선이지만 그럼에도 공포를 표현하는 연기는 쉽지 않았다. 구체적인 공포의 대상이 없이 홀로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계단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연기할 때는 제가 직접 타이밍을 계산해야 했어요. 제 반응에 따라 CG로 공포의 대상이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현장은 굉장히 코믹했어요. 늦은 밤 계단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다 컷 소리가 들리면 스태프들도 웃고 저도 웃었으니까요(웃음)."
유선은 스크린에서 유독 강하고 센 캐릭터를 맡게 되는 것에 대해 "영화에서만큼은 존재감 있고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할 수 없는 시도를 영화에서 하고 싶다는 뜻이다. 영화라면 형사나 조직 보스처럼 거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물론 '파이란'처럼 가슴 아픈 멜로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말이다.
'퇴마: 무녀굴'을 마친 유선은 올 하반기 드라마로 다시 대중과 만날 생각이다. "이제 또 이미지를 편안하게 풀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드라마에 출연하면 많은 분들이 친근하게 느끼니까요. 드라마도 공백기가 있었고요." 그러나 일하지 않을 때는 영화 속 착한 금주처럼 누구보다도 따뜻한 엄마다. "집에만 있을 때는 촬영 현장이 그리웠어요. 하지만 막상 밖에 나오니 아이와 노는 시간이 소중하고 애틋해지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