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도입' 갈등, 법조계서 정치권으로 본격 확대
이기택 후보자 "상고법원 설치…완전하지 않지만 현실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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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과중한 상고심3심 재판 업무를 줄이고 사법서비스 향상을 위해 대법원이 추진 중인 상고법원 도입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법조계 일각에선 상고심 정체 해소를 위해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리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어 19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상고법원 도입은 대법원이 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을 통해 우회입법을 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지난해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홍일표의원 등 168인) 등 6개 법률안'이 발의됐다. 법무부가 상고법원에 대해 반대 입장인 만큼 정부와 협의를 거치는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의원입법을 택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거나 판결이 엇갈리는 사건을 제외한 일반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 법원 설치를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 했지만 여야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결론내지 못했다.
상고법원 설치는 법조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법학자들 100명이 지난달 "상고법원은 대법원의 권위 향상만을 고려한 제도다. 위헌 여부 가능성이 있다"라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데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상고법원 반대 10문 10답'·'대법관 증설 10문 10답' 홍보물을 만들어 반대 활동에 적극적이다.
범법조계의 법리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동안 정치권에서는 정쟁의 불씨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상고법원 도입 논란이 법조계에서 정치권으로 확대된 데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이 대선 불법개입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건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반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선 일부 무죄 의견이 있었음에도 유죄로 확정하면서 야당 발 대법원 개혁의 목소리를 불렀다는 것이다. 야당이 이를 계기로 상고법원 설치에 반발, 대법원을 압박할 것이란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두 사건과 상고법원 사이의 직접적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상고법원에 대한 견해와 법관 다양성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상고법원이 문제해결을 위한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대법원의 (업무과중을 막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