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배우에게 있어 다재다능하다는 수식어 만큼 큰 칭찬은 없다. 22일 인기리에 종영된 '오 나의 귀신님'에서 허세 가득하지만 밉지 않은 스타 셰프 강선우를 연기한 조정석(35)은 그야말로 다재다능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나이에 비해 방송 데뷔는 늦은 편이지만 그만큼 내공을 쌓은 탄탄한 연기력을 지녔다. 뮤지컬 무대에서 인정 받은 가창력과 춤 실력으로도 모자라 손수 작곡한 노래가 음원으로 출시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가진 가장 빛나는 재능은 책임감이다.
현장에서 조정석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동료 배우들부터 스태프 한 사람까지 챙길 줄 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주인공은 카메라 안과 밖을 챙겨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작품이란 건 누구 한 사람 덕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주인공이라는 자리가 그만큼 무겁다는 걸 조정석은 잘 알고 있다.
'오 나의 귀신님'은 냉정하게 말해서 클리셰가 많은 작품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성격이 고약하지만 알고보면 아픈 상처를 지닌 인물이 누군가로 인해 변화하고 사랑까지 성공한다는 뻔한 내용이다. 하지만 조정석은 강선우라는 캐릭터에 만족했다고 말한다.
"200% 만족해요. 정말 사랑했지요. 놓을 때도 됐는데 힘드네요. 저 자신과도 닮은 것 같아요. 저도 남 걱정 잘하거든요. 다른 사람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느라 머리가 아플 정도로요. 물론 버럭 하고 성질 내는 건 안 닮았어요.(웃음) 조정석이라는 배우를 빌려서 강선우를 표현했을 때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화를 내도 그게 진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콤플렉스 때문인 걸 표현하고 싶었죠. 그게 그의 매력이니까요."
늘 배우로서 보다는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던 조정석은 강선우 역시 실제 인물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픽션이지만 시청자분들이 실제처럼 느꼈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아무리 빠져들어서 무대를 보고 있다고 해도 배우가 사소한 실수를 하는 순간 몰입이 깨지거든요.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누구도 동화되지 않죠. 실제라고 느낀 장면에서 나오는 페이소스가 더욱 배가 될 거라고 믿고 그렇게 연기해요. 그래서 세세한 디테일을 찾으려고 하죠."
실제로 조정석은 셰프를 연기하기 위해 요리 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셰프들이 어떻게 명령을 내리는지, 메뉴는 어떻게 정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어떻게 살피는지 세밀한 관찰을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조정석은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삼박자가 잘 갖춰졌기 때문에 사랑 받았다고 생각해요. 유제원 감독님의 연출이나 양희승 작가님의 대본도 좋았고 박보영씨, 김슬기씨, 레스토랑 식구들을 비롯한 동료 배우분들의 호흡도 환상적이었죠. 촬영도 좋았고요. 보통 드라마 현장이 밤샘 촬영도 많고 힘들기만 한데 이번 현장은 정말 즐거웠어요.지금도 단톡방에서 보고 싶다고 할 정도니까요.'이런 현장을 또 언제 만나볼까' 생각도 많이 했죠."
배우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조정석은 뚜렷한 인생관을 갖췄다. 그러다보니 너무 FM대로만 사는 게 아니냐는 핀잔까지 들을 정도다.
"자랑은 아니지만 멍청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뻔히 안 좋은 걸 아는데 왜 그걸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죠. 물론 내 선택이 다 맞는 건 아닙니다. 사람마다 기호나 성향, 배경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도덕적인 부분은 분명하죠. 그래서 인정할 건 최대한 빨리 인정하려고 해요. 공연하면서 고칠 건 빨리 고쳐야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혼자 몽니 부려봤자 다른 사람한테 피해만 주고 발전할 수 없으니까요. 그게 제 인생관입니다. 그래도 가끔 실수를 하니까 인간미는 갖췄다고 생각해요."(웃음)
조정석은 연기자라는 직업을 즐기고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는 작품마다 사랑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거기에 있다.
"배우로서 자신감은 늘 있어요. 하지만 지나치면무서워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메릴 스트립처럼요. 그분 연기를 보면 경외감을 넘어서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늘 연기를 대할 땐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연기를 해서 돈을 번다는 자체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까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고요. 또 책임질 것도 많았죠. 그래서 더 악착 같이 했던 것 같아요. 다행인 건 연기가 재미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