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출신 퇴직 임원과 현대로템 현직 임원이 각각 특정 업체에 계열사들의 사보 제작을 맡기면서 일감몰아주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 현직 전무와 현대차 계열 출신 임원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져 사보와 노조소식지를 관계사들이 나눠 맡는 등 현대차그룹의 퇴행적인 기업문화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31일 현대차그룹 내부관계자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보를 제작하는 원더엔터프라이즈는 유홍종 전 현대비엔지스틸 회장(현 상임고문)의 부인이 운영하는 업체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로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그룹사의 사보를 독점적으로 제작해오던 곳이다.
한편 노 모 현대로템 경영지원본부장(전무)은 현대차그룹에서 노무홍보담당을 맡다가 2012년 현대로템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노 전무는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한규환 전 현대로템 대표이사(현 고문) 등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현대로템 이직 후 기존 사보 제작을 워크디자인이란 업체로 바꾸기 위해 업무 담당자들에게 업체 변경을 지시했다.
이를 담당하던 당시 현대로템 홍보팀 관계자가 업체 변경의 이유가 없다며 이에 반대하는 보고를 올리자, 사보 발행을 폐지하고 대신 소식지라는 형태로 성격이 다른 인쇄물을 발행하기 위한 업무를 추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업체인 원더엔터프라이즈는 노 전무의 행보에 반발해 그룹을 통해 당시 현대로템 한 대표 등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사내에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사보 폐지가 어려워지자 노 전무는 사보 발행회수를 줄이고 사업장별로 발행하고 있던 소식지를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새롭게 발행해 워크디자인에 맡겼다.
2011년 9월 설립된 워크디자인은 소식지를 제작하기 위한 회사 소개나 프레젠테이션, 입찰 과정 없이 노 전무의 지시에 의해 현대로템의 소식지를 제작하게 됐다는 것이 당시 현장 관계자의 증언이다.
워크디자인 매출은 2012년 1억6300만원에서 2013년 3억12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워크디자인의 사장은 노 전무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워크디자인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과 현대로템의 소식지를 제작하고 있다"며 "연줄이 있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소식지 제작을 한 것은 아니고 우리도 준비기간을 거쳐서 사업을 수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대표가 컨설팅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 노 전무와 알 수도 있지만, 일은 공개입찰을 통해 받은 것"이라며 "2012~2013년 매출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원더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현대그룹 계열사와도 일하고 있다"며 "사장의 남편이 현대차 계열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보 제작 관련 수주는 입찰로 이뤄져 일을 쉴 때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무에게는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현대로템 측은 "사보와 소식지 등 비용이 나가는 업무는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한다"며 "아무래도 현대차그룹과 일을 해온 업체가 기업문화를 이해하고 잘하다보니 경쟁 ppt를 통해 우리 일도 맡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