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법시험 존폐, 문제는 그게 아니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사법시험 폐지 시한인 2017년이 다가오면서 존폐를 둘러싼 갈등이 한층 격해졌다. 사시 존치론자들은 로스쿨이 일부 고위층 자녀들의 취업 특혜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비싼 학비, 변호사시험의 성적 비공개와 함께 불공정·불투명한 제도라는 문제점과 맞물려 있다. 반면 이들은 사시가 '희망의 사다리'라고 주장한다.
사시 반대론자들은 어떤가. 이들은 문제가 되는 전관예우 폐단이 사시 합격자들의 교육기관인 사법연수원 때문이라며 사시 폐지는 사법개혁이 일환이라는 거대 담론을 펼쳐들고 있다. 사시 합격률이 3%에 불과한 것도 이들의 공격 대상이다. 합격할 때까지 고시에 매달리게 해 이른바 '고시 낭인'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처럼 현행 사시와 로스쿨 제도는 분명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관예우와 고위층 자녀의 취업 특혜 논란이 하루걸러 뉴스를 장식할 정도다. 두 제도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피해는 '진짜' 서민층 자녀들의 몫이다. 고시 뒷바라지에, 비싼 학비에 허리가 휘는 서민층 부모들의 피땀은 일부 고위층의 특혜 되물림에 가려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존치·폐지론자들 누구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시가 존치되면, 혹은 사시가 폐지되면 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이분법적 발상만 내놓고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셈이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논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맞물릴 조짐까지 보인다.
문제는 사시 존폐가 아니다. 이것이 숱한 비리의 종말 여부를 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밥그릇 싸움에 열중한다는 비판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사시 존폐 갈등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법조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시 폐지와 로스쿨이 등장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생산적 논의다. 사법개혁의 시작은 법조인의 발상 전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