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또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남북한 적십자 실무회담에서 다음 달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고위급접촉에서 대화와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한 이후 첫 결실이다.
이번 협상 결과 우리쪽이 보기에 아쉬운 대목도 있다. 이를테면 전면적인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이산가족 서신 교환, 이산가족 고향방문, 상봉행사 정례화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시기 문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는 선에서 일단 합의점을 찾았으니 상서로운 일이다.
지난달 남북한 고위접촉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양측은 협상을 보기 좋게 마무리했다. '무박 2일'동안 회의를 진행하면서 서로 상이한 입장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았다. 끝까지 입장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이미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같은 협상방식은 앞으로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여러 가지 국내쟁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유익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이번에 결실을 맺음으로써 향후의 남북한 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각분야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당국간 회담도 머지 않아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에 따라 5/24조치 해제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도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을 전망된다.
반면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남북한 사이에 모처럼 형성된 긴장완화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북한측이 자제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찬물을 끼얹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번 합의의 정신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다. 합의의 정신을 살려나가는 것은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쌍방의 성의 있는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