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모델들이 '루나' 단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SK텔레콤이 국내 중견기업과 손잡고 기획 생산한 40만원대 중저가폰 '루나'가 출시 열흘 만에 2만5000여대가 팔리면서 삼성·LG등이 군림하던 통신기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은 SK텔레콤이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제조사에게 빼앗겼던 이동통신 주도권을 되찾아올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루나의 기획과 위탁생산을 계기로 단말기 제조의 주도권을 손에 쥔 SK텔레콤이 제조·이통사간 구조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루나를 출시하기 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갤럭시 노트5(SKT 32기가 모델 기준)는 약 6300대가 팔렸다. 하지만 루나의 판매가 시작된 이달 4일부터 지난 9일까지 판매량은 약 5800대로, 일평균 500여대가 줄었다.
반면 루나는 지난 4일 출시와 동시에 일평균 2500만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출시 열흘만에 2만5000여대 이상을 판매했다.
루나는 출시와 동시에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출고가 40만원대의 보급형 모델로서 프리미엄폰 수준의 고사양의 스마트폰인데다, 기존 모바일 제조사의 제품이 아니라 SK텔레콤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루나는 기획과 디자인은 PC제조사인 TG앤컴퍼니가, 생산은 애플의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이, 감수는 SK텔레콤이 각각 맡아 탄생했다.
5.5인치 고화질(풀HD) 디스플레이, 전면800만, 후면1300만 화소 카메라, 3GB 램(RAM) 등 사양을 갖췄다. 아이폰 6+와 비슷한 크기와 디자인에 범용성이 높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사양을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단말기의 성능은 이미 상향 평준화 됐다는 점에서 루나와 같이 OEM방식으로 탄생하는 모델들이 앞으로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단말기 시장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중저가·실속 중심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더더욱 저렴한 전용 라인업을 갖춰야할 필요성이 이통사들에게는 요구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루나와 같은 방식으로 탄생한 모델이 시장에서 꾸준히 나와 이용자에게 호응을 얻는 다면 이통시장은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이라며 "SK텔레콤의 루나와 같이 기술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치면서도 저렴한 단말기가 앞으로도 호응을 얻을 것"이라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기업 제조사 중심이었던 이동통신 시장이 통신사에게 주도권을 뺐길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현재까지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브랜드 인지도가 강한 대형 제조사 중심으로 이동통신 유통이 돌아가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통신사가 유통 구조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루나의 인기에 대해 "실력있고 좋은 단말을 만들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어느 누구든지와도 협의해 제품을 출시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