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야당의 혼돈이 일단락됐다. 20일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청한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는 '당대표 재신임 철회를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했고 문 대표는 21일 이를 받아들였다. 문 대표가 스스로 재신임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했으니 야당이 표류하게 된 주요 원인 하나가 해소됐고, 문 대표는 자신의 자리를 더 확실하게 보장받은 셈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야당은 많은 상처를 노출했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의사를 표명한 후 야당 내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격화됐다. 당혁신위가 작성한 공천개혁안도 비주류가 불참한 가운데 박수로 통과됐고, 민주당 60주년 행사도 역시 반쪽행사로 열렸다. 새정치연합의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도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불참하는 등 파행을 면치 못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을 둘러싼 소동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을 흔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렇지만 사실 문 대표는 총선참패 등 지도력 부재로 말미암아 스스로 흔들린 측면이 강하다. 이번 재신임 소동도 문 대표가 비판을 차단하는 '셀프 재신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연극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욱이 재신임 문제를 국정감사라는 중요행사를 앞두고 제기했으니 시기도 잘못됐다.
그러는 사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야당의 견제와 날카로운 비판은 사실상 사라졌다. 정부 여당은 '해고하기 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동5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상황을 주도했다. 노동5법 개정은 앞으로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슈는 이미 정부여당이 선점했다. 반면 야당이 주장하는 재벌개혁을 비롯한 쟁점들은 실종되고 국정감사도 무기력해졌다.
이제 만신창이가 된 야당이 노동법 개정이나 재벌개혁 등의 현안에 대해 힘 있게 대응할지 불확실하다. 야당이 겉으로는 안정을 되찾은 것 같지만 힘을 결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연극 같은 '셀프 재신임' 소동은 더는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만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