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 멀티펑션룸에서 열린 '한국영화감독 표준연출계약서'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영화감독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표준연출계약서가 3년여 만에 탄생하게 됐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코엑스몰 메가박스에서 그동안 감독조합이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표준연출계약서를 연구·개발한 과정과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다.
감독조합 대표 이준익 감독은 "표준연출계약서가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한지승 감독을 비롯한 '감독 표준계약서 팀'이 그간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영화감독 표준 연출계약서는 극장용 장편영화의 기획·개발과 관련해 제작사와 감독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자 체결하는 계약서다.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바뀌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막고, 저작권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표준 연출계약서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 단계와 제작 단계의 계약서를 분리한 점이다. 기획 단계에서 파생되는 저작권의 개념을 표준계약서에 정의해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던 모호함을 줄였다. 제작 단계 표준계약서에는 감독의 편집권과 수익의 안정적인 분배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다.
제작에 관한 기획·개발 단계에서 감독의 독자적이고 주도적인 지위와 역할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제작사와 감독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계약서의 목적이다.
이준익 감독은 "그간 많은 시장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한국의 영화 발전을 이끌만한 계약서 양식은 나오지 않았다"며 "기성 감독, 신인 감독, 미래에 감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모두 좋은 표준이 될 만한 계약서로 기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감독조합 부대표 한지승 감독, 책임연구원 노철환 박사, 안혁 변호사,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최건용 전(前) 롯데영상사업부 상무이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류승완, 봉준호, 임필성, 신수원, 변영주, 임순례, 방은진 등 조합원인 감독들도 참석했다.
표준 연출계약서는 수년간 제작사 단체와 논의를 거친 결과물인 만큼 현장 적용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감독조합의 판단이다. 감독조합 측은 앞으로 표준계약서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지속적으로 계약서를 수정·보완해나갈 예정이다.
감독조합 부대표 한지승 감독은 "2년마다 계약서를 수정·보완하려고 한다"며 "건강하고 효율적인 계약서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