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6년만에 그룹이 박삼구 회장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격 7228억원(주당 4만1213원)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박 회장은 24일 오후 채권단과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채권단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 경영권을 되찾게 됐다.
채권단이 올 연초에 실시한 금호산업 매각입찰에는 호반건설이 최고가로 응찰했다. 그렇지만 채권단은 호반건설을 내치고 박 회장에 넘겼다. 그 결과 매각가격은 1200억원 이상 올랐다. 채권단으로서는 외견상 성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계량하기 어려운 손실이 더 커 보인다. 무엇보다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 경영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에게 해당기업을 되돌려준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통해 거액의 출자전환을 해주는 등 많은 혜택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베풀었다. 그것은 채권단의 손실이요, 국민의 손실이었다. 더욱이 박삼구 회장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거액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계열사에 넘겼다. 계열사가 인수한 기업어음은 워크아웃으로 말미암아 모두 부실채권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과거 부실 기업어음을 발행했던 다른 대기업과 그 총수, 그리고 기업을 부실화시킨 장본인들에게는 냉엄한 책임추궁이 뒤따랐다. 경영권도 박탈됐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해 기아차의 김선홍, 한보의 정태수, 진로의 장진호, LIG손해보험, 동양증권 등 많은 기업과 기업인이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그런데 박삼구 회장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도리어 경영권을 되찾았다. 이들 '불운'의 대기업에 비해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에게는 큰 특혜가 베풀어진 셈이다. 채권단과 기업 모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특혜와 도덕적 해이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