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라스트' 이범수 "연기야말로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죠"
액션씬 리얼리티 위해 눈에 피까지 넣어
좋은 연기, 누군가의 인생 바꿀 수 있어
YG·JYP처럼 신인 배우 양성소 만들고파
[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25년이라는 경력이면 어느 분야든 전문가나 달인 등의 수식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범수(45)는 배우 생활 2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오로지 '배우'라고 불리우길 원할 뿐이다. 그에게 있어 연기는 늘 새롭다. 수많은 작품을 했지만 여전히 재미있다고 말한다. 연기 말고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 없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마치 신인 배우들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빛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스트'는 이범수에게 배우로서의 도전 심리를 자극한 작품이다. 웹툰 원작의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가 맡은 곽흥삼이라는 인물을 순수하게 창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작이 훌륭하다고 들었기에 오히려 더 안봤어요. 실제 인물을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순수 창작에 가깝게 접근했죠. 흥삼은 서울역에서 밑바닥부터 기어 올라온 인물이기에 표현에 정답이 없었어요. 그가 살아온 역사를 상상하고 거기에서 생긴 인물의 성격을 담았죠. 내가 곽흥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충실하면 그것 또한 살아있는 연기니까요."
'라스트'는 유독 액션씬이 많았다. 주먹 하나로 조직의 1인자에 오른 곽흥삼은 특히 그랬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오히려 액션씬을 조금이라도 더 잘 나오게 하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액션을 하고 싶었어요. 펜트하우스 씬에서는 눈에 피도 넣었죠. 맞다보면 실핏줄이 터지니까. 흥삼이 타겟인 상황이니까 가장 많이 맞아야 한다고 의견도 냈고요. 사실 영화였어도 손색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무술팀이 고생했죠. 배우들과 스탭 모두 잘 해줘서 고마워요. 이들과의 추억이 행복했습니다."
도전을 마친 이범수는 현재 자신의 기획사를 만들고 있다. 그곳에는 배우로서의 소신을 담은 철학이 있다. 아카데미를 설립해 배우를 양성하는 등용문이 되겠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테스피스'의 이름을 따온 것도 그 이념과 부합한다. 테스피스는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배우다.
"배우로서의 정통성을 갖고 방향성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테스피스의 이름을 앞세웠죠. 아카데미를 세운 건 학창시절부터 가졌던 생각에서 출발한 겁니다.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이죠. 그 길이 정말 막연하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을 양성하고 현장에 등용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YG나 JYP 같은 음반 기획사가 신인들을 미리 발굴해 트레이닝 시켜서 스타로 만들 듯이 말이죠."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기와 살아온 이범수는 이제야 연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연기야말로 인간을 탐구하는 최고의 학문이죠. 희노애락부터 욕망과 꿈을 모두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듯이 좋은 연기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배우로서의 자부심을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