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률 천차만별…80%드물고 10~30%가 대부분
의류·생활용품 등 일부품목만 세일…할인폭 크면 이월상품
명동·백화점 등 일부 주요 상권만 수혜
3일 오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매장(왼쪽)과 AK플라자 구로본점 매장 전경. 평소와 같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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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박상길기자]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대하고 왔는데 세일하는 제품보다 세일 안하는 제품이 더 많았고 그나마 할인폭도 20% 수준에 불과하네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첫 주말인 지난 3일 오후, 명동 등 주요 상권에 내국인은 물론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관광객 인파가 몰렸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롯데백화점 소공점을 방문한 레이첼(여·42)씨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대하고 왔는데 세일 하는 제품보다 세일 안하는 제품이 더 많았고 그나마 할인폭도 20%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냉장고를 2대 사면 50만원을 깎아준다고 하는데 누가 한번에 냉장고 두대를 사겠느냐"며 "3만원이라고 적힌 제품을 고르면 5만원이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고 시큰둥해 했다.
또 다른 방문객인 서경애(여·37)씨는 "저렴한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나 정기세일을 하는 매장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데 가보면 실제 구입할만한 물건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소공점, AK플라자 구로본점은 일부 매장을 제외하고는 평일 오전과 다를 바 없이 한산했다. 매장 곳곳에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최대 80%'라는 할인율은 찾기 어려웠다.
행사 품목은 주로 의류에 국한됐고 할인율은 10~30%가 가장 많았다.이 마저도 일부 품목에 한정됐다. 50~70%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들은 대부분 이월 상품들이었다. 아웃도어와 모피 등 일부 품목 매장은 전혀 세일을 하지 않아 방문객의 발길이 아예 끊긴 곳도 있었다. 정기세일이나 특별세일이 진행되는 생활용품 코너에만 방문객들이 바글바글거렸다.
아웃도어 매장의 한 직원은 "블랙프라이데이라고 해서 특별 세일을 적용하고 있진 않다"며 "이를 오해하고 온 손님이 몇 몇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추진한 블랙프라이데이는 첫날인 1일을 제외하고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듯 했다.첫날 기대감이 무너진 탓이다.
레이첼씨는 "미국의 경우에는 추수 감사절이 지나고 소비가 촉진되는 시기를 맞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열고 최대 90%까지 할인을 진행한다"며 "한국은 추수 감사절이라는 게 없고 추석 명절 직후 소비가 위축된 시기에 진행하는 탓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불황 극복을 위해 꺼내든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해 백화점 업계와 소비자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매출이 올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최대 80%의 할인률이라는 당초 내용과는 달리 실제 할인율은 절반 이하였고 이월·재고 상품이 대부분이었다며 냉랭한 반응이다.
또 전국 2만6000여 개 점포에서 세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수혜는 명동과 백화점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일부 주요 상권에만 치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중국 국경절인 10월 1~7일 연휴를 맞아 대거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효과가 뚜렷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소공동 본점의 1~2일 유커 매출(은련카드 기준)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6%나 증가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로 6~7월 유커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1%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반전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실제 백화점 업계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전년 대비 약 2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23.6%, 현대백화점은 27.6%, AK플라자는 13% 매출이 늘었다.
소비자들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행사를 기획한 정부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가 할인율이나 할인품목 등을 강제한다면 공정거래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각 업체에서 제품 할인에 대한 차별화를 약속한 만큼 소비자들이 느끼는 혜택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답변만 내놨다.
3일 오후 소공동 롯데백화점 매장. 블랙프라이데이 사흘째이지만 평소와 같이 한산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