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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급속 추진에 기업 불만…"찍힐까 참여, 마케팅 비용만 늘어"
참여업체 98% 편의점 매출은 오히려 감소…정부 레임덕 해결책 동원 불만도
[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지난 3일 오후 롯데마트 잠실점 식료품 매장. 매장엔 장을 보는 고객들이 위주였고 특별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때문에 방문한 고객은 드물었다.
의류매장엔 고객들이 식료품 매장보다 많았지만 행사상품 진열대만 조금 몰린 모습이다. 한 점원은 평소보다 10~20% 고객들이 많다고 귀뜸했다.
비슷한 시각 홈플러스 남현점. 이곳도 평소와 비슷한 모습으로 전자제품 코너만 그나마 붐볐다. 이어 찾은 이마트 여의도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고 있는 2만6000여 점포중 98%(2만5400개 점포)를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는 블랙프라이데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이다.
관악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GS25에 한 시간 넘게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상품을 찾는 고객을 기다렸지만 블랙프라이데이를 언급하는 고객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담배와 인스턴트 식품만 집어갈 뿐 이었다. 종로구와 관악구에 위치한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몇곳을 더 둘러봤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달 말까지 식료품할인과 덤증정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례적인 편의점 행사와 구분하기도 힘들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블랙프라이데이요? 그냥 매달 하는 행사 하는 줄 알았는데요. 고객들도 편의점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관심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첫날인 1일에는 비가 와서 손님이 평소보다 10% 이상 적은 편이었다. 그마저도 라면, 담배, 인스턴트식품 손님이다. 내수진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윤상직)와 기획재정부(장관 최경환)가 '내수 진작'을 외치며 야심차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백화점 등 일부 상권을 제외한 곳의 체감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특히 참여업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마트·편의점 업계에선 이렇다할 효과없이 마케팅 비용만 늘어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한 일이라 참여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급하게 시작한 행사라 기업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납품업체와 기업의 마케팅 비용만 늘어났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3사 관계자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의 시작일인 10월 1일 매출은 전년 동기 동요일 대비 평균 2~7% 신장하는 데 그쳤다.주요 신장품목은 의류, 전자제품이다. 편의점 3사의 같은 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2~4% 감소했다.
업계관계자는 "준비없는 대형 행사가 기업과 납품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정부에 찍히기 싫어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긴 했지만 매출 상승률 대비 마진률이 너무 낮아 오히려 손해만 보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마트에 식음료를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할인행사만 하면 무서워 죽겠다. 매번 행사 때마다 0원의 마진으로 납품한다. 내수진작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 직원들의 내수경제는 확실히 죽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러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해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 할인 부담 조정이 급하게 이뤄지며 일부 업체들이 본사의 행사품목 마케팅 비용을 전부 납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기업 찍어내기 분위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기업을 정부의 레임덕 해결책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여러 문제점을 포착했으며 기대치 이하의 결과가 나온 것도 인지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본다"며 "현재까지 어떤 개선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내년에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실행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