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NGO(비정부민간기구)모니터단의 김수경 청년위원장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기자님, 국회의원들 보고 공부 좀 하라고 써주세요."
19대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마무리를 하루 앞둔 7일. 국정감사 NGO(비정부민간기구)모니터단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수경(32)씨의 말이다. 800여명의 청년 모니터링 자원봉사자를 대표해 김씨가 내린 평가는 혹독했다.
김씨는 7년째 대부분 대학생인 모니터링 자원봉사자들을 안내하고, 지도하고, 그들이 현장을 지키며 정성스레 작성한 국감 모니터링 보고서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김씨는 "의원들이 국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항상 나왔지만 올해는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얼마나 국감 준비를 안했는지 피감기관장의 반박에 꼼짝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김씨는 "모니터링하는 학생들이 국감장을 다녀와서는 '피감기관에게 의원들이 발린다(상대방에게 힘도 못 써보고 지는 상황)'고 서슴없이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라면 피감기관을 불러놓고 제대로 질문을 해서 치고 나와야 지켜보는 학생들도 통쾌하지 않겠느냐. 전문성 있는 피감기관장을 불러다 놓고 공부를 안하니 반박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공부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은 의원들이 보인 꼴불견은 또 있었다.
김씨는 "학생들이 국감장에 들어가기 전에 공부를 다 하고 간다. 지난해 국감의 시정조치 사항을 확인하고, 결과보고서나 영상까지 모두 보고 간다. 그래서 의원들이 지난해와 같은 질문을 하는지 들으면 바로 안다"며 "의원들이 지난해와 똑같은 얘기를 하고, 피감기관도 지난해와 똑같은 답변을 하는 것을 학생들이 보고 와서 실망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단지 의원들이 지난해 국감 내용만 확인하지 않는 게 아니다. 오후 국감 질의에 나선 의원이 오전에 동료 의원이 했던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기도 한다. 출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니 오전에 다른 의원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날이면 학생들이 김씨에게 와서 던지는 질문이 있다. "출석이라는 건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왜 의원들은 지키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김씨는 해당 의원이 당직을 맡고 있는 등의 사정을 말해 준다. 당직을 수행하다보니 빠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당직을 맡고 있으면 국회의원이 아니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김씨는 "그렇게 (기본적인 원칙을) 물어보니 할말이 없더라구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느낀 실망감은 상상 이상이다. 김씨는 "어떤 학생은 '(의원에게서) 똥냄새가 난다'고 적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본청 한켠의 모니터단 사무실에는 포스트잇을 붙이는 공간이 있다. '한마디 써주세요'라고 적혀 있는 공간이다. 바로 그 공간에 어느 학생이 국감장을 다녀와서 적어놓은 평가다.
김씨는 "의외로 여당 의원이지만 소신있게 질의하는 의원도 있고, 전문성을 가지고 제대로 국민의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는 의원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올해는 내년에 있는 총선 때문인지 의원들이 딴데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7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국감NGO모니터단은 올해로 17년째 국감을 모니터링 해 왔다. 20대국회가 출범해 국감을 하게 되면 스무번째 국감 모니터링이 머지 않았다. 그때쯤이면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국감 모니터링을 맡게 된다. 과연 그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국민의 대표를 보게 될까. 기자도 김씨도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