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라디오는 오직 음악과 소리로 소통하는 매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진솔한 이야기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청취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 이는 라디오 DJ로 돌아온 가수 조정희의 즐거움이자 소망이기도 하다.
조정희는 1982년 제6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참새와 허수아비'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여자 솔로 가수로는 최초였다. 정식 가수 데뷔 권유가 잇따랐다. 그러나 조정희는 가수 대신 전공인 미술을 선택했다. 추억의 노래만을 남겨 놓은 채 대중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런 조정희가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달부터 EBS 라디오 '오후N음악, 조정희입니다'(이하 '오후N음악')의 DJ를 맡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3시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조정희는 청취자 사연에 귀 기울이며 음악으로 그들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지난 8일 가로수길 근처의 한 카페에서 조정희를 만났다. 그는 "라디오는 소리 하나로 사람을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내 몸에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해요. 라디오를 들으면서 무언가 집중할 때는 마치 오랜 친구와 함께 있는 듯 의지하게 되죠." 중·고등학교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자란 추억도 '오후N음악'의 진행을 맡는데 영향을 끼쳤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라디오 또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음악 중심이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최근 들어 DJ와 게스트가 나누는 토크 위주의 방송으로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라디오의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변화다. '오후N음악'이 여타 라디오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점은 바로 라디오만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음악 중심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다. 조정희가 애착을 갖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오후N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음악 여행입니다. 가요와 팝이 중심이지만 샹송·칸초네·라틴음악·영화음악·재즈·크로스오버·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죠. 음악과 함께 청취자들의 따뜻한 사연으로 소통하는 음악 방송이라는 점, 그것이 '오후N음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입니다."
조정희는 라디오의 매력을 함께 나누기 위해 직접 아이디어도 냈다. 화요일에는 '그 사람 그 노래'가 방송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 한 명을 게스트로 초대해 그들이 직접 선곡한 음악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토요일에는 클래식 음악을 보다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코너가 준비돼 있다. '토요일엔 토크가 있는 클래식'이다. 유명 성악가가 직접 출연해 라이브로 공연을 선보인다.
33년 전 대학가요제의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조정희는 이제 라디오 DJ로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들의 엄마이자 한 남편의 아내이며 집안의 맏며느리이기도 한 그는 삶에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라디오에 녹여내며 많은 청취자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대중음악을 한 사람으로서 숨겨져 있고 잊히고 있는 보석 같은 가요를 찾아 들려주고 싶어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싶고요. 편안한 찻집에서 오랜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듯, 라디오로 많은 분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