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평가제 도입…상·하위 평가 검사 공개는 '미지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사진=연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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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강압적 수사 관행 개선을 위해 실시될 예정인 검사평가제가 구체적 평가 기준 등의 채비를 마치고 이달 도입된다. 폐쇄적인 검찰의 강압 수사 근절과 변호사들의 악용 등 복잡한 셈법이 엇갈린 검사평가제 안착에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검사평가제 실시를 위한 준비는 마쳤다. 조만간 실행할 계획인데 구체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관평가제에 이어 하창우 회장의 두 번째 기획이기도 한 검사평가제는 안정적 도입을 위해 지난 4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6월 독일 등을 방문해 해외 검찰 제도를 연구, 조사해왔다.
도입취지의 핵심은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다. 검찰 조사 중 피의자에 대한 회유나 압박이 있었는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수사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다. 변협은 형사 사건 수임 변호사들이 참여한 평가서를 취합, 대검찰청과 법무부 등에 보내 검찰 인사 자료로 활용케 할 방침이다.
세부적 평가 기준은 마련했지만 평가와 관련 상위·하위평가 검사를 모두 밝힐 지는 미지수다. 10월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변협은 "상위 득점자는 공개하고 하위 득점자는 비공개하는 법관평가제와 동일하게 갈지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두 공개할 시 구체적 사건의 내용이나 평가 내용을 공개할 지에 대해서도 변협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위 평가를 받은 검사를 공개하지 않고 검찰에서 인사자료 참고용으로만 쓰이게 될 경우 실질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청은 평가가 좋지 않은 검사에 대해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고 제 식구 챙기기를 우려한 뒤 "외부에 밝혀질 경우 결국 검찰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주의 조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낮은 평가를 받은 검사가 공개돼야 불합리한 수사관행이 개선되고 검찰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변호사들의 저조한 참여율로 객관성 논란이 제기되는 법관평가제를 답습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잘못된 수사 관행 개선은 평가가 아닌 조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변협 측은 "모든 변호사들이 형사 소송을 맡는 것은 아니다. 참여율이 낮다고 해서 신뢰도가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명의 변호사가 한 차례 부정 평가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낙인찍기 식의 평가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변호사들은 대체로 검사 평가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구체적 평가 절차와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도 자체 만으로도 수사 과정에서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 검사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검사 출신인 유능종(법무법인 유능) 변호사는 검사평가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던 지난 8월 기자와 통화에서 "인권 보호 측면이라는 점에서 도입을 환영한다"면서 "수사 절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 불리한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